대한상의 "고령화ㆍ1인가구 증가…소비 시장도 변한다"

입력 2018-12-2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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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상 어르신 시장ㆍ나홀로 소비ㆍ가치 소비 확대

고령화·1인가구 증가 등 인구 변화에 따라 소비 시장도 변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어르신 시장이 열리고 나홀로 소비, 가치 소비가 증가하면서 소비 시장이 바뀔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기업들도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3일 ‘인구변화에 따른 소비시장 신풍경과 대응방안 연구’에서 인구변화가 가져올 소비시장 트렌드로 △어르신 시장 확대 △나홀로 소비 증가 △가치소비 확산을 꼽았다.

대한상의가 꼽은 첫 번째 변화는 ‘어르신 시장이 열린다’다. 지난해 우리나라 60세 이상 은퇴연령 인구가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어 1042만 명을 기록했다. 소비여력이 충분치 않았던 과거와는 달리 구매력과 지출의향은 물론 뜨고 있는 온라인쇼핑에도 능해 향후 소비주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사례를 살펴보면 고령자들이 의료·간병산업 등 전통적 어르신 소비 뿐 아니라 은퇴전 현역시절과 비슷한 소비행태를 보이며 시장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는 고령층 수의 증가와 인생관·가치관 변화, 풍부한 구매력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일본은 70세 이상 고령층이 가계 금융자산의 60% 넘게 보유하고 있다는 조사도 있다.

또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라 ‘나홀로 소비’가 늘어날 전망이다. 2000년 15.5%에 불과했던 1인 가구 비율이 지난해 28.6%로 늘어나면서 대규모 점포에서 대량으로 구매하는 식의 전통적 가족소비가 외식과 조리식품을 선호하는 나홀로 소비로 대체되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격이 중요한 선택기준이 되고, 독신세대의 생활패턴을 반영한 편의점 간편식 같은 품목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1인 가구 비율이 2000년에 이미 27.6%에 달했고 최근에는 34.5%로 늘어나는 등 가족구조의 변화가 소비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가족소비가 주로 이뤄지는 대형소매점 매출은 줄어든 반면, 독신소비와 연관성이 높은 편의점 매출은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편의점 간편식 매출액은 2007년 2조7086억 엔에서 지난해 4조4231억 엔으로 증가했다.

아울러 대한상의는 향후 가치소비로 만족을 추구하는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하게 실현가능한 행복)’,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와 같이 인기 소비 대신 나만의 만족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작은 사치 관련 시장이 확대되고, 물건을 소유하기보다는 경험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행태도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불황기 마케팅 전략으로 채택되었던 ‘작은 사치’가 젊은 세대에서 고령 세대까지 확산되고 있으며, 친구·지인과 함께 즐기는 트렌드로 분화되고 있다. 물건소비를 대체하고 있는 경험소비는 구매현장에서의 즉각체험을 중시하는 시간소비로까지 세분화되었고, 소매유통업에서는 체험형, 견학형, 인스타형, 시간체제형 경험소비가 필승패턴으로 자리잡았다.

대한상의는 소비시장 변화에 대응해 기업들에 어르신 친화적 환경을 만들고 개인에 맞춘 전략을 수행하는 한편, 가치와 감성을 자극하라고 제안했다.

대한상의는 어르신시장은 편리함의 정도가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어르신에 맞춰 상품을 진열하고 응대하는 것은 물론 찾아가는 서비스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T 친화적인 어르신들이 늘어나는 만큼 편리한 온라인 쇼핑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일본의 세븐일레븐은 소형트럭이 집앞까지 방문하는 이동판매서비스를 하고 있고, 세이코마트는 고령자들이 한곳에서 편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만물상 형태의 매장을 기획해 성과를 냈다.

또한 1인 가구를 공략한 1인분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격과 상품 전략은 물론 독신고객에 다가갈 수 있는 거리와 시간도 고민해야 한다. 일본 편의점 로손은 소포장 상품을 늘려 독신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고 가격부담도 줄였다. 재미있는 쇼핑몰로 잘 알려진 일본 돈키호테의 성공 요인으로 독신고객을 주요 타겟으로 한 ‘가장 저렴한 매장’ 컨셉과 심야영업 전략이 꼽힌다.

아울러 대한상의는 단순한 물건이 아닌 독특한 가치를 가진 상품을 팔고 그 과정에서 체험·경험을 부가해 만족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키나와 변방의 류보백화점은 전통공예·도자기·유기농 화장품 등 지역상품에 특화해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츠타야 서점은 1960~1970년대에 히트한 명작영화나 CD를 진열하고 편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전영수 한양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는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인구구조 변화로 소비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며 “인구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으려면 기업들도 소비패턴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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