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V(Crossover Utility Vehicle)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경유가가 휘발유가격을 추월하면서 SUV의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는 이때, 그 자리를 대신할 가장 유력한 주자로 떠오른 존재가 바로 CUV다.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비클의 약자인 CUV는 90년대 탄생한 컨셉트카들이 유행처럼 들고 나온 개념에서 출발했다. 세단과 SUV, 세단과 왜건, 왜건과 SUV 등을 조합해 완성한 새로운 개념의 틈새차종이 바로 그들이었다.
국내에 선보인 차종 중에는 기아 카렌스, 현대 라비타(단종), 대우 레조(단종), 볼보 XC70, 푸조 307SW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개념을 넓게 잡아서 도시형 콤팩트 SUV도 이 범주에 집어넣는다면, 인피니티 EX35와 폭스바겐 티구안(7월 데뷔 예정), 르노삼성 QM5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CUV, 어떤 점이 돋보이나
CUV는 여러 차종의 장점을 결합했으므로 승용차나 SUV에서 누릴 수 있는 여러 특징을 한 차종에서 맛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CUV는 차고가 승용차보다 높고 SUV보다는 낮다. 따라서 승용차보다는 시야가 좋고 SUV보다는 주행안정성이 좋다. CUV는 SUV에 비해 차체가 작은 편이어서 연비에서도 유리한 편이다.
승용차보다 높은 차체는 실내공간 활용에서도 유리하다. 대부분의 CUV는 접이식 2, 3열 시트를 갖춰 이를 접거나 펴서 적재공간을 늘이거나 줄일 수 있도록 했다.
CUV의 장점을 반대로 해석하면 단점이 되기도 한다. 우선 차체가 승용차보다 높기 때문에 주행안정성에서 불리하다. 또한 차체 구조상 적재공간도 SUV보다는 작을 수밖에 없다. CUV는 이러한 점 때문에 등장 초기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에는 실내디자인을 활용하는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고 주행안정성을 높이는 장비들이 나오면서 불리한 점이 많이 사라졌다.
CUV는 국내에서 휘발유, 디젤, LPG 등 다양한 모델로 시판되고 있다. 특히 LPG 엔진을 얹은 카렌스의 경우는 치솟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 때문에 반사이익을 보면서 판매가 늘고 있다. 게다가 유일한 경쟁모델이었던 레조가 단종되면서 카렌스의 주가가 더욱 올라가고 있다.
한때 경유가격이 휘발유의 70% 수준이던 시절에는 일부 수입차의 경우 디젤 모델만 수입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국산, 수입모델을 막론하고 휘발유와 디젤 모델을 골고루 갖추고 있는 차들이 비교적 잘 팔리고 있다.
▲새로운 개념의 크로스오버카, 볼보 XC70
볼보의 크로스오버카인 XC70은 2001년 처음 등장했다. 왜건모델인 V70의 지상고를 높이고 AWD 기능을 더해 오프로드 성능을 보완한 것이 특징. 조금 투박해 보이는 각진 스타일이지만 SUV와 승용차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크게 환영받았다.
올 4월에는 스타일을 보강하고 D5 디젤 엔진을 얹은 신형 XC70이 등장했다. 이 모델은 볼보의 강점인 ‘안전성’을 높여주는 여러 장비들이 보강됐다.
XC70은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LDW, Lane Departure Warning)이 차량 전면 유리에 장착되어 있어 졸음운전 등으로 자동차가 정상적인 주행 궤도를 이탈할 경우 경고신호를 보내어 운전자가 다시 정상차선으로 돌아오도록 도와준다. 이 장비는 깜박이를 켜고 차선을 바꿀 경우에는 작동하지 않아 방어운전에도 도움이 된다.
이와 더불어 차량의 양쪽 사이드 미러 하단부에 소형 카메라를 장착, 주행 시 양쪽 사각지대에 차량 및 오토바이 등의 움직임이 감지될 경우 차량내부의 알람 램프를 통해 존재를 알려주는 사각지대 정보시스템 BLIS(Blind Spot Information System)도 볼보만의 특화된 장비다.
또한 야간 곡선 주행 시에는 차량핸들의 회전각도와 주행속도 등을 계산하고 주행 방향으로 빛을 비춰 운전자의 가시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액티브 바이제논 라이트(ABL, Active Bi-Xenon Light)로 운전자와 승객의 안전을 보호해준다.
이러한 첨단 시스템들과 더불어 XC70은 어린이용 부스터 쿠션(뒷자리에 승차한 어린이의 올바른 안전벨트 장착 및 시선확보를 위해 두 단계로 높여주는 장치)을 장착하는 등 어린이의 안전 및 편의성도 적극 반영했다. 이 장비로 볼보는 지난해 11월 과학 전문 저널인 파퓰러 사이언스(Popular Science)지 선정하는 올해의 최고 신제품상(Best of What’s New)을 수상하기도 했다.
XC70 D5는 ‘상시 4륜구동(AWD)’ 시스템을 장착해 항상 네 바퀴에 골고루 구동력이 주어지므로 빙판길이나 급격한 커브길에서 탁월한 안전성을 보여준다. 건조한 직선도로에서는 주행 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전륜에 파워를 95%까지 배분해 안전성과 접지력을 유지하지만, 급커브와 같은 열악한 조건이나 급가속과 같은 상황에서는 파워를 50%까지 후륜으로 배분해 안전성과 접지력을 놓치지 않는다.
또한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 주행 시 브레이크와 엔진 토크를 자동으로 조절해 시속 10km 이하로 자동 주행토록 도와주는 HDC(내리막길 주행 제어장치/Hill Descent Control)가 적용되어 오프로드 주행도 안심하고 할 수가 있다.
XC70 D5의 또 다른 큰 특징은 바로 다목적 기능의 적재 시스템. 40/20/40으로 분할된 뒷좌석과 함께 적재물의 크기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좌석 배치가 가능하다. 또한 무거운 레저 장비를 적재한 상태에서도 최상의 핸들링과 헤드라이트의 각도가 자동으로 유지되도록 해 탑승자와 상대차량의 안전까지 고려했다.
XC70 D5에는 ’파워 테일게이트’(Power Tailgate)가 기본 장착 되어 있다. 이 시스템은 운전자가 짐을 가득 들고 있어 양손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 등에서 편리하게 짐을 실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게이트는 리모컨, 실내버튼, 트렁크 레버 등 3가지 방법으로 열수 있으며, 닫을 때는 게이트 내부 핸들 부근의 닫힘 스위치를 누르면 자동으로 닫히게 된다.
XC70은 이처럼 승용차에서는 보기 힘든 여러 장비들을 탑재해 SUV에 못지않은 다양한 카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
▲수입차시장의 다크호스, 티구안
“말도 마세요, 물량 확보하느라 아주 애먹었습니다.”
얼마 전 만난 폭스바겐 박동훈 사장은 티구안 얘기가 나오자 이렇게 말하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옅은 웃음과 함께 자신감이 엿보였다.
폭스바겐코리아가 올 7월에 선보일 티구안은 이미 유럽에서 큰 화제를 일으킨 콤팩트 SUV다. 2007년 11월부터 독일에서 판매가 시작된 티구안은 공식 런칭 3주 만에 유럽에서만 4만2300 명의 선 주문을 받았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때문에 폭스바겐코리아는 한국에 배정될 물량을 늘리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티구안은 출시된 이후부터 계속해서 주요 상을 휩쓸면서 그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도 고객들로부터 문의가 쏟아지고 있으며, 인터넷상에서 동호회까지 생길 정도로 관심이 매우 뜨겁다.
독창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시선을 끄는 티구안은 대형 파노라마 선루프 등의 다양한 편의 장치와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으로 콤팩트 SUV를 즐기는 운전자들을 만족시킨다.
외관은 기존의 골프를 조금 키운 듯 그리 커 보이지 않지만 실내는 훨씬 더 넓다. 특히 뒷좌석 등받이의 경우, 가운데 부분을 접으면 암레스트로 활용할 수 있으며 완전히 접으면 왜건 수준인 1510ℓ의 트렁크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국내 드라이버들의 눈길을 끄는 건 단연 ‘파크 어시스트’다. 파크 어시스트는 세계 SUV 가운데 처음으로 장착되는 것으로, 도로변에서 일렬주차 할 때 자동으로 주차 공간 안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기능이다.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면 운전자는 티구안이 알려주는 데로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클러치 페달만 밟으면 된다. 파크 어시스트가 작동하고 있는 중이라도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직접 조작하는 순간, 이 장비의 보조 장비의 작동은 멈추고 수동으로 전환된다.
이 장비는 덩치 큰 SUV를 몰기 부담스러워하는 초보운전자나 여성운전자에게 크게 환영받을 만하며, CUV의 개념에도 잘 부합되는 편의장비라고 할 수 있다. 티구안은 세계적으로 충돌 시험에 권위 있는 유로 앤캡(Euro NCAP)에서 별 5개를 획득해 작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안전성을 갖추고 있다.
티구안은 유로5 기준을 만족시키는 TDI 디젤 모델과 함께 가솔린이 동시에 선보일 예정이다. 가격은 4000만원 중반대로, 동급 수입차 중 경쟁력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