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현대차그룹 인사는 쇄신의 연속이다. 부회장과 사장단은 물론 정기 임원인사 역시 재계의 관측을 벗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세대교체를 앞세운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미래 모빌리티 강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을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비상경영이지만 연구와 개발만큼은 공격적인 투자와 인적 쇄신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의 하반기 정기 임원인사는 리더십의 변화에 따라 차세대 주역들이 대거 전면에 나섰다. 지난해 인사 때 신규 임원 승진자가 115명이었지만 이번 인사에서는 141명으로 22.6%나 늘었다. 실적 하락이 이어지면서 신규 승진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사정은 달랐다. 오히려 승진 규모가 늘어났고 신규 임원도 대거 등장했다. 전체 승진자 가운데 초급 임원인 이사대우 직급 비중은 40.6%로 2011년 44.0% 이래 최대 수준이다.
무엇보다 신규 임원이 연구개발 분야에 집중됐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성장잠재력 확보를 위한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정기 임원인사에 반영됐다”며 “실적 위주 인사 기조와 함께 미래 성장잠재력 확보를 위한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 연구ㆍ개발분야 승진자는 모두 146명으로 지난해(137명)보다 늘었다. 전체 승진자 가운데 이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42.1%나 됐다. 지난해(44.2%)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2년 연속 40%대를 유지했다. 실적과 관계없이 연구개발에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세부적으로 이번 인사에서 유제명, 어정수, 정영호 등 연구위원 3명을 새로 선임해 핵심 기술 분야의 전문 역량도 강화한다. 유제명 연구위원은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시험·검증기술과 자율주행차의 실도로 평가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꼽힌다.
어정수 연구위원은 친환경 차 제어 관련 신기술 개발과 개발 효율성을 향상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영호 연구위원 역시 차량 연비 부문에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지녔던 점이 높이 평가돼 이번 인사에서 임원급의 연구위원으로 선임됐다.
현대차그룹은 R&D 최고 전문가를 대상으로 관리업무 부담에서 벗어나 연구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임원급의 연구위원 제도를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미래 자동차산업을 선도하고 시장 변화 대응력과 자율 경영 시스템을 제고하기 위한 인사"라며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미래 혁신 기술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거듭나는 노력을 지속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