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반독점 당국은 이들 4개국이 최첨단 마이크로 전자부품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EU는 이번 승인으로 기술산업을 지배하려는 중국과의 전쟁에 쓸 탄약을 축적할 수 있게 됐다고 WSJ는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독일 등 4개국은 오는 2024년까지 마이크로 칩과 센서 등의 에너지 절약 성능 향상과 스마트화에 참여하는 기업이나 연구·개발(R&D) 센터를 대상으로 최대 80억 유로(약 10조2542억 원)를 지원할 수 있게 된다.
EU와 회원국들은 최근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중국 기업들이 역내 첨단기술 기업을 인수·합병(M&A)하고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같은 기업이 사업을 펼치는 것을 제한하려는 의도다.
더 나아가 EU 국가들은 공동으로 자금 지원을 통해 역내 기술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중국 기업이 정부 자금과 정책 지원을 받아 태양광과 풍력, 전기자전거에서 고속철도에 이르기까지 첨단 분야에서 지식재산권을 도용하면서 유럽의 영향력이 약화됐다는 비판이 컸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승인은 유럽의 혁신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켜 경제와 시민에게 혜택을 줄 것”이라며 “2014년 시행된 새 규정을 처음으로 적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회원국들의 정부 지원을 엄격히 규제해왔지만 4년 전 유럽 공동의 이익을 위해 중요하지만 너무 위험해 시장이 참여하기를 꺼리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을 허용했다.
EU는 올해 반독점 우려를 근거로 독일 지멘스와 프랑스 알스톰의 철도사업 통합 방안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양국 정부의 원성을 샀다. 그러나 첨단 미래산업에서는 유럽의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독일이 중국과의 기술 전쟁을 주도하고 있다. 전자부품업체 로버트보쉬와 반도체 대기업 인피니언 등 독일 대표 기술기업들이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그밖에 프랑스-이탈리아 반도체 업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영국의 IQE 등이 참여한다.
중국 메이디그룹이 지난 2016년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쿠카를 인수하고 나서 독일 정부는 중국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독일은 역외 기업이 EU 내 전략적 인프라와 기술 부문 기업을 인수할 때 회원국들이 의무적으로 서로 통지해야 하는 심사제도 창설을 주장했으며 지난달 받아들여졌다. 새 심사제도는 내년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