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현대로템이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물품대금 지급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 했다고 18일 밝혔다.
현대로템은 2009년 11월 철도공사와 3505억 원(1량당 62억 원) 규모의 화물용 전기기관차 56량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납품기간은 2012년 7~12월 6개월간으로 정하고, 지연될 경우 일수에 따라 1량당 0.15%의 지체상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후 현대로템은 2010년 3월 일본 도시바와 전기기관차의 주요 부품 공급 계약을 맺었으나 갑자기 발생한 동일본 지진으로 예정된 납품 기간(2011년 5월~2012년 4월)이 일부 지연됐다. 이로 인해 전기기관차 납품 기간이 8~40일간 지체됐다.
현대로템은 전기기관차 납품 지연을 이유로 철도공사가 지체상금 96억 원을 공제하고 물품대금을 지급하자 "천재지변에 의한 불가항력이었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동일본 대지진과 계획 정전이 현지 업체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줘 부품공급이 늦어졌는지 알 수 없다"면서도 "현대로템이 부담할 지체상금이 부당하게 과하다"며 철도공사에 97억 원 중 절반(48억여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지체상금률이 이례적으로 높지 않고, 현대로템의 납품 지체로 인해 전기기관차 투입이 지연돼 운송 차질로 철도공사의 손해가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며 지체상금 전액 공제를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가 도시바의 생산설비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았더라도 현지의 전반적인 산업 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줬을 것이 경험칙상 인정된다"며 "96억 원에 이르는 지체상금을 감액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