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2019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내년 경제 성장률을 2.6~2.7%로 전망했다. 취업자는 올해보다 15만 명 늘어날 것으로 봤다. 여기에는 내년에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와 적극적인 재정지출이 효과를 볼 것이라는 기대가 함께 담겼다. 지난해부터 우리 경제를 견인했던 수출입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성장률을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해서다.
우선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7월 전망했던 2.9%에서 2.6~2.7%로 내려 잡았다. 전망치 하단인 2.6%는 한국은행 전망치(2.7%)보다도 0.1%포인트(P) 낮은 수준이다. 전망치 하향의 가장 큰 배경은 수출 증가세 둔화다. 1~11월 누계로 반도체, 석유제품은 각각 33.5%, 36.3% 늘며 견조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나, 월별 추이로는 증가율이 점차 축소되는 추세다. 철강(-0.4%), 자동차(-4.1%), 선박(-54.4%) 등은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임금 상승 폭 확대와 노동생산성 향상, 고용장려세제(EITC)를 비롯한 소득지원 확대,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 등에도 불구하고 가계 양극화는 심화하는 양상이다. 취업자는 11월 16만5000명 늘며 7월부터 이어진 최악의 부진에선 벗어났으나, 회복세로 판단하긴 이르다.
투자 부진도 뼈아프다. 정부는 올해 설비·건설투자가 각각 1.0%, 2.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 투자 전망은 다소 유동적이다. 도규상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10월 산업활동이 조금 개선된 것이 사실이고, 이 때문에 4분기 숫자가 미묘하게 왔다 갔다 한다”며 “예년에도 4분기 숫자 변동 폭이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단수가 아닌 범위로 발표한 것도 같은 이유다. 4분기 산업활동 흐름에 따라 전체 성장률이 움직일 수 있어서다.
올해 성장률은 내년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범위는 2.6~2.7%로 같으나, 올해 확정치가 높아지면 성장률의 기준인 모수(국내총생산(GDP))가 커져 내년 성장률은 낮아진다.
다만 내년 전망에는 우려보단 기대가 강하게 반영됐다. 특히 내년 성장률이 전망치 하단인 2.6%에 머물더라도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치와 같고, 현대·LG경제연구원(각각 2.5%) 등 민간연구기관의 전망치보단 높은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해 2.8%에서 내년 2.7%로, 수출은 6.1%에서 3.1%로, 경상수지 흑자 폭은 740억 달러에서 640억 달러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는 세계교역 둔화, 미·중 통상마찰 지속 등 대외 여건이 올해보다 악화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렸다.
반면 설비투자는 1.0% 증가로 전환되고,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 10만 명에서 15만 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단순한 전망을 뛰어넘는 의지의 표현이다. 도 국장은 “GDP의 정부지출 기여도를 내년엔 훨씬 크게 보고 있다”면서 “정부투자는 건설투자로도 잡히는데 그런 쪽에서 확대재정의 효과는 확인할 수 있고, 꼭 효과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취업자 증가 폭을 국책·민간연구기관의 전망치인 10만~13만 명보다 높게 전망한 데에는 기대도 담겼다. 14일 사전브리핑을 진행했던 고형권 당시 기재부 1차관은 “올해와 시장이 비슷하더라도, 여러 경제활력 제고 노력과 확장적 재정정책의 효과, (올해 증가 폭 둔화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고용 전망을 올해보다 높여 잡았다”고 설명했다.
단 예전 수준을 회복하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언론사 경제부장들과 간담회에서 “인구구조 변화와 성잠잠재력 저하, 경제여건을 감안하면 과거 같은 30만 명대는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