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현의 경제왈가왈부] 미국 장단기금리 역전이 뭐길래... R의 공포 “나 떨고 있니?”

입력 2018-12-16 18:20 수정 2018-12-17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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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와 증시하락장 선행지표vs이번엔 다르다... 경제취약성 시사·골디락스 연장 의견도

최근 금융시장 화두는 단연 미국 장단기금리 역전이다. 수익률곡선(일드커브·yield curve)으로도 표현되는 장단기금리 역전은 역사상 경기침체(R·recession)와 증시 하락장의 선행지표로 작용해왔다는 점에서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미국 경기가 사상 두 번째로 긴 확장기(2009년 7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114개월)를 기록하며 역대 최장기록(1991년 4월부터 2001년 2월까지 120개월)에 바짝 다가서고 있는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도 경계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실제 3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채 5년물 금리는 2.8209%, 3년물 금리는 2.8274%를 기록하면서 장기물인 5년물 금리가 0.65bp(1bp=0.01%포인트) 더 낮은 현상을 빚었다. 하루 뒤인 4일 5년물과 2년물 간 금리차도 마이너스(-)0.92bp로 전환했고, 뉴욕 3대 증시도 일제히 3% 넘게 폭락(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3.10%,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3.24%, 나스닥지수 3.80%)하면서 불안감을 키웠다. 이어 5일 대표적 장단기금리로 인식되는 10년물과 2년물 간 금리차도 8.78bp까지 좁혀지며 글로벌 금융위기 무렵인 2007년 6월 6일(1.43bp) 이후 11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관심이 높은 만큼 대내외 주요 금융기관들은 물론이거니와 국제금융센터, 클리블랜드·세인트루이스 연준, 한국은행 등에서도 미국채 금리역전에 대한 분석과 전망 자료를 쏟아내는 중이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직접적인 선행지표는 아니지만 취약한 경제와 금융시장을 반영하는 만큼 외부 충격시 위기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관측도 있었다.

◇1950년대 이후 9번의 금리역전 중 8번 경기침체 = 미국채 2년물은 통화정책 자체에 민감한 채권이고, 5년물은 통화정책의 향후 기대 변화에 반응하는 채권이다. 10년물은 경기의 장기 변화를 시사한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10년-2년물 간 금리차를 통상 장단기금리차로, 5년-2년 내지 5년-3년 간 금리차를 중단기금리차로 부른다. 국내에서는 장단기금리차라 하면 보통 10년-3년간 금리차를 말한다. 다만 한국은행에서는 3년물과 기준금리(7일물 환매조건부채권(RP)) 간 금리차를 지칭한다.

미국에서는 지난 60여년 간 거의 모든 경기침체에 앞서 장단기금리차가 역전됐었다. 실제 1950년 이후 장단기금리가 역전된 9번 중 1966년을 제외한 8번의 사례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했다.

장단기금리 역전 후 경기침체가 나타나기까지 시차는 짧으면 1분기(3개월)에서 8분기(2년)를 보였다. 평균치는 5분기(1년3개월)였고, 가장 최근이었던 2006년엔 8분기였다. 클리블랜드 연준이 10년-3개월 금리차로 분석한 1년 후 경기침체 확률도 올 2월 11.1%에서 11월 20.3%로 상승 중이다.

이처럼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이유는 보통 장단기금리 역전이 발생할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서 장기로 빌려줘 이윤을 추구하는 은행 입장에서 장단기금리가 비슷하거나 역전된다면 역마진이 불가피하다. 결국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을 꺼리게 되고, 기업들 입장에서도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 장단기금리 역전이 경기침체 신호로 인식되는 이유는 중앙은행인 연준의 금리인상 끝무렵에 금리역전이 발생해 왔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으로 유동성이 축소되는 상황인 데다, 단기금리는 정책금리 인상에 빠르게 반응하는 반면, 장기금리는 미래 단기금리 경로와 기간프리미엄(term premium)에 영향을 받게 되면서 느리게 반응해서다.

◇2000년 이후 인과관계 약화 = 반면 2000년 이후 △낮은 물가와 금리수준 △중국의 개방과 영향력 확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의 양적완화(QE) △고령화 심화 등으로 인과관계가 약화됐다는 평가다. 우선 미국 금리인상 최종목표는 1970~80년대 20%에서 최근 2.5~3.5%에 그치고 있다. 물가도 최근 2%에 근접하고 있지만 장기간 이를 밑돌았던 데다 추후에도 급등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낮은 장기금리 수준이 경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뉴노멀일 가능성을 다수 기관에서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이 막대한 경상흑자를 바탕으로 미국채 시장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중국의 미국채 보유액은 1조1514억 달러를 기록 중이다. 1년 만에 최저치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미국채 보유 1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 등이 정책금리 외에 비전통적 수단인 QE를 사용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주로 중장기 국채를 매입해왔다. 실제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의 대차대조표(B/S) 잔액은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10조3000억 달러 증가했다. 미국은 2011년부터 베이비부머(1994~1964년생)들이 은퇴하면서 고령화 사회로 본격 진입 중이다. 늘어난 고령층들이 안정적인 노후관리를 위해 장기물 위주의 국채에 몰렸다.

이에 따라 장기물 금리를 결정하는 한 요인인 기간프리미엄이 마이너스(-)권에 머물고 있는 중이다. 국제금융센터 분석에 따르면 미 10년물에 대한 기간프리미엄은 3일 현재 -0.49%를 기록 중이다. 올해 평균은 -0.41%로 추정했다.

기간프리미엄이란 장기채 보유에 따른 금리변동 위험에 대해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보상의 정도를 뜻한다. 통상 실업률 상승 등 경기둔화 시 상승하고, 실업률 하락 등 경기회복 시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수익률곡선 역전은 경기침체와 높은 상관성이 있으나 인과관계는 아니다”라. 수익률곡선 해석시 기간프리미엄 하락 등 구조적 변화에 유의할 필요가 있으며 경기예측에 있어 여타 금융경제 지표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인트루이스 연준 경제 취약성 반영… 골디락스 연장 관측도 = 다소 색다른 분석도 있었다. 우선 세인트루이스 연준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수익률곡선이 실제 경기침체를 예측하나?’라는 보고서를 통해 꼭 그렇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실제 장단기금리차 역전 시기와 경기침체가 맞물렸던 1990년의 경우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과 세계 유가 급등을, 2001년과 2007~2009년의 경우 자산가격 붕괴를 각각 경기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다만 수익률곡선이 평탄화(플래트닝·flattening, 장단기금리차 축소)해짐에 따라 소비와 성장은 둔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봤다. 이 같은 시기에 과거 충격에 필적할 만큼의 부정적인 충격이 발생한다면 경기침체 가능성은 높다고 봤다.

반면 DB금융투자는 10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채 30년물과 5년물 간 금리차가 되레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달 29일 30년-5년 간 금리차는 48.15bp로 3월 12일(49.17bp) 이후 8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14일 현재도 40bp대 초반(41.16bp)을 유지하고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1998년과 비슷하다. 당시 주목할 것은 역전됐던 단기영역 금리차들이 다시 정상화되면서 경기침체와 주식 고점을 2년 이상 늦췄다는 점이다. 장기간 성장과 연준의 유연한 통화정책이라는 점에서도 현재와 비슷하다”며 미국 성장의 골디락스 연장 가능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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