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지주사이 한진칼의 2대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KCGI가 한진칼의 단기차입금 증액이 감사선임을 저지하려는 조치라며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KCGI가 운용하는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한진칼 이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지난 5일 이사회에서 결의한 단기차입금 증액 관련 행위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고 14일 밝혔다.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달 한진칼 주식 532만2666주를 취득해 현재 이 회사의 지분 9%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앞서 한진칼은 만기도래 차입금 상환자금 조달 및 운영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단기차입금을 1600억 원 늘리기로 했다고 지난 5일 공시했다. 이 공시대로 진행되면 한진칼의 단기차입금은 총 3250억 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한진칼의 자산은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1조9134억 원에서 2조734억 원으로 불어난다.
KCGI는 올해 중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액은 700억 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단기차입금 1650억 원은 만기 연장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단기차입금 총액을 2배 가까이 증액하는 결의를 정상적인 경영 판단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KCGI의 주장이다.
KCGI는 "단기차입금 증액 결정은 올해 말 기준 한진칼의 자산총액을 인위적으로 2조원 이상으로 늘려 현행 감사제도를 감사위원회로 대체하고 최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되는 감사선임을 봉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들은 상근 감사를 선임하는 대신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감사위원회는 통상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한다. 감사를 선임하면 최대주주만 의결권이 3%로 묶이는 데 비해 사외이사 중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는 모든 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돼 조양호 회장 일가에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진칼이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사외이사 중 감사를 선임하면 KCGI의 감사 선임을 통한 이사회 진입이 어려워지기 때문.
KCGI는 "단기차입금 증액 결정이 독립적인 감사의 선임을 저지하고 지배주주 강화 방편으로 감사위원회를 도입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면 이사로서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배주주 이익을 위해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서 형사상 배임의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CGI의 요구에 대해 한진그룹은 "한진칼의 차입금 조달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라고 반박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시장 변동에 대비해 유동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회사와 주주 이익을 위한 경영진의 가장 중요한 활동"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