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취임한 박일준 한국동서발전 사장은 그 중심에 있다. 공무원 시절 에너지 업무를 담당했지만, 발전사에 몸담고 전기를 만들어 내는 일은 처음이다. 올겨울 벌써 유례없는 한파가 몰아닥쳐 발전사 사장으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력 수급을 책임지는 게 전부가 아니다. 친환경과 공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은 박 사장의 큰 숙제다. 박 사장은 “공기업은 공공의 역할을 하면서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의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그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며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친환경 에너지를 만드는 회사를 비전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그는 사회적 가치에 큰 비중을 뒀다.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 구현(안전·환경)과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공공성 확대(일자리 창출), 공공의 이익 추구를 통한 사회적 약자 보호와 사업 확장(사회적 책임), 국가경제활성화(경제활성화)의 구현이다. 사회적 가치의 시너지를 위해 사회적 가치 추진실 조직을 신설했다. 사회적 가치 위원은 회사 경영 전반의 사회적 가치를 검토한다. 또 시민참여단 등 대국민 대상 양방향 소통으로 공유가치를 확대한다.
박 사장은 “종전의 사회공헌 활동에 더해 지역사회와 함께 윈-윈할 수 있도록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본업과 연계해 지역사회에 필요한 아이템 등을 발굴하고 사회적 기업 창업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노력을 통해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공유가치 창출이라는 목적도 달성할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그는 사회 공헌에도 열심이다. 2011년부터 에너지복지 증진을 위해 복지시설과 소외계층에 태양광 발전소를 보급해 에너지 자립을 돕는 ‘사랑의 햇빛에너지 보급사업’을 지속해서 시행하고 있다. 또 정부의 에너지 지원제도 미수혜 대상자(차상위 계층)에게 전기요금과 동·하계 용품을 지원하는 ‘행복 에너지 바우처’ 사업도 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박 사장은 공을 들이고 있다. 고용위기,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된 울산 내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전통시장 장보기와 함께 지역 농산물 구입 확대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다.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정부 정책기조에 발맞춰 지역 상생을 위한 사회적 경제조직을 육성·지원해 지역사회의 일자리 창출에도 노력하고 있다. 박 사장은 “대표적으로 실버 카페 운영과 장애인 직업 재활시설 지원, SW 코딩 교육 강사 양성 등을 통한 신규 일자리 창출로 경력단절녀와 소외계층 등의 지원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람 중심의 2030 일자리 창출 목표’를 수립, 부유식 해상풍력, 태양광 발전소, 친환경 연료전환 발전소 등에 11조6000억 원을 투입해 공공·민간 부문 일자리 2만7000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매년 120명가량의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동서발전은 박 사장이 취임한 올해 40명이 늘어난 160여 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자체 경상비를 아껴 일자리를 추가로 마련한 것이다. 또 실력만으로 평가하는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를 살리고 취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통일된 면접 복장을 제공했다. 박 사장은 “교대 근무자의 근로 개선을 통한 일자리 나눔으로 청년 72명을 채용한 것을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을 수 있다”며 “이번 채용은 전 직원이 청년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재원 마련에 동참해 기관의 인건비 증액 없는 일자리 나누기의 모범사례”라며 흐뭇해했다.
이와 함께 핵심 역량인 신재생에너지 5063㎿ 달성, 친환경 연료전환 발전소 건설과 동반성장, 산학 연구개발 등 각종 취업 지원사업을 통해 민간부문 일자리도 창출하고 있다. 특히, 지방 이전 공기업인 동서발전은 올 9월 5일 울산광역시와 지역 상생 모델인 ‘에너지 플러스시티’ 협약을 체결, 2030년까지 에너지산업을 중심으로 총 8조 원을 투자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1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와 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은 박 사장은 이 분야를 내년 중점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3년간 탈황, 탈질, 전기집진기 등 환경설비 개선에 815억 원을 투자했으며, 발전용 저황 유연탄 도입 확대, 발전용 중유 저황유(황 함량 2.5%→0.3%) 전환 등 대기오염물질 저감 등을 위한 친환경 경영에 힘을 쏟고 있다. 그 결과 올해 말 기준으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2015년 대비 30% 이상 감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기후변화에 대비한 고효율 발전설비 도입과 바이오매스 혼소, 외부 온실가스 감축사업 등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으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1차 기간(2015~2017년)에 발전 5사 중 최대인 471만 톤의 잉여배출권을 확보했다.
박 사장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자원순환사회 구현을 위해 전기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용한 자원인 탈황석고와 석탄재를 석고보드와 시멘트 원료, 시멘트 대체재, 지반 안정재, 배수층재 등 다양한 분야에 재활용하고 있으며 재활용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0%로 끌어올린다는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의 성공을 위해 신재생 발전을 늘릴 방침이다. 박 사장은 “현재 433.9㎿의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운영 중에 있으며, 2030년까지 약 15조 원을 투자해 정부의 발전량 목표 비율인 20%를 초과한 25%로 늘릴 계획”이라며 “국내 최대 규모의 서해안 풍력 벨트 조성 등 지역 지형을 십분 활용한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동서발전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설비목표 용량을 5.06GW로 잡고 있다.
동서발전은 현재 40.2㎿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가동하고 있으며, 충남 대호호 수상 태양광 80㎿를 필두로 대용량 태양광 발전설비 사업개발을 추진 중이다. 동서발전은 재생에너지 개발과 문화 확산을 위해 관련 기업은 물론 종교계,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 다방면의 사회 여론 주도층과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한국 YWCA 연합회후원회와 ‘재생에너지 확대 공동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사학재단 및 울산지역 공공기관과도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탐나상상그룹과 문화·에너지 융합을 위해 제주 탐나라공화국(관광지)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기로 했다.
풍력 발전을 위해 750㎿급 동해안 윈드벨트(Wind Belt)와 140㎿급 서해안 윈드팜(Wind Farm)을 조성할 계획이다. 올해 8월 준공한 경주풍력(37.5㎿)을 기반으로 강원도지역을 아우르는 동해안 윈드벨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강원도와 주민이 함께하는 태백 가덕산풍력(43㎿)을 착공했고, 주민참여형 사업인 양양 만월산풍력(40㎿)도 조성한다.
박 사장은 “서해안 지역에도 호남풍력(20㎿), 영광백수풍력(40㎿), 영광지산풍력(3㎿) 발전단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말 영광풍력(79.6㎿)까지 더해지면 국내 최대 규모인 140㎿급 서해안 윈드팜 조성이 완료된다”고 말했다.
그는 발전설비 설치와 관련해 지역 주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충북 음성에 LNG 복합 발전소를 추진하고 있는 동서발전은 음성군이 주민 공론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주민들이 궁금하거나 걱정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이를 주민들에게 알리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며 “공론화 기간으로 발전소 가동 등이 늦어질 수 있지만 주민과 함께하기 위한 노력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일준 사장은
출생 : 1964년생
학력 : 서울 신일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콜로라도대 경제학 석사
경력 : 제31회 행정고시 합격, 대통령실 지식경제비서관실 행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정책관, 산업부 기획조정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