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로페이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발표하면서 제로페이 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관치와 과도한 시장개입 논란 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다 카카오페이 등 주요사업자가 불참을 선언하는 등 성공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는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제로페이 BI 발표회를 갖고 연내 시범추진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시, 부산시, 경상남도 등 3개 지방자치단체와 파리크라상 교촌에프앤비 GS리테일 등 프랜차이즈 26개사가 제로페이에 참여하기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시범서비스는 오는 17일부터 시작된다.
정부는 소비자들이 전국 6만여개의 가맹점에서 제로페이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자평했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수수료 부담에 시달리던 소상공인들과 프랜차이즈에서도 그동안 가맹점주들의 고민이었던 결제수수료 부담이 대폭 완화되어 영업이익 제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관계부처, 지자체, 업종단체와 협력해 빠른 시일 내에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로페이를 둘러싼 논란에도 사업을 강행하기로 했지만 시장에서는 성공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우선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주요사업자가 잇따라 불참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약 1000만명 이상 사용자를 보유한 비바리퍼블리카 토스도 정부 제로페이 시범사업 참여를 보류하겠다고 선언했다. 가장 열심히 정부에 협력했다고 알려진 카카오페이의 불참 이후 토스마저 참여를 고사하면서 제로페이 시행의 동력이 한 풀 꺾였다는 관측이다.
간편결제 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선불사업자가 보유한 충전 머니를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정부가 정한 표준과 가이드라인에만 따르라며 강요하자 이에 반발하는 것”이라며 “민간 간편 결제 사업자 다수가 대거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카드업계의 도전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비씨카드는 제로페이 참여를 검토하다 서울시의 계좌 이체 방식이 우리 구상과 다르다며 포기하고 신한카드 등과 함께 밴(VAN)을 이용하지 않는 공동 전산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건당 50~500원에 달하는 이체 수수료를 포기해야 하는 은행권도 울상인 것은 마찬가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마저 “은행 수수료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신용카드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관제페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제로페이 핵심 사업자가 대거 이탈하거나 형식적으로 참여하는 식이어서 시범 사업조차 제대로 시행될 지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