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다음 달 KT 통신망 화재사고 관련 은행·증권사 현황 조사에 나선다. 통신망 이중화와 백업 시스템 구축 여부 등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금융회사에 배포하는 방식이다. 특히 주요 통신망 외 비상 상황 시 사용할 보조 회선 구축 여부가 핵심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KT 사건과 같이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각 회사에서 어떤 예방대책을 마련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라며 “서면 점검 뒤 문제가 있으면 현장 점검을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금감원은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사고는 서울 일부 지역에서 주말 동안 발생했다. 하지만 평일 장 중 증권사가 몰려 있는 서울 여의도 등지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면 그 피해를 추산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카드사의 경우 피해 현황을 파악한 뒤 점검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26일 카드사에 이번 사고로 피해가 발생한 가맹점의 매출액 파악을 요청했다.
24일 KT 아현지사 화재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농협은행 등 KT 단일망을 쓰는 일부 점포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서비스 이용이 중단됐다. 대부분 은행 영업점은 전산망을 KT 외 두 개 이상 사용한다. 하지만 지점 외 점포에 있는 ATM은 외주를 맡겨 단일 통신망을 쓰는 경우가 많다.
현재 전자금융거래법상 감독규정 제23조에 따르면 금융회사나 전자금융업자가 장애·재해·파업·테러 등 긴급한 상황이 발생해도 업무를 계속할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규정에는 △상황별 대응절차 △백업 또는 재해복구센터를 활용한 재해복구계획 △비상대응조직 구성·운용 등을 준비하도록 명시했다.
금융당국은 현황 파악 이후 이러한 규정을 강화할지 검토한다. 예컨대 자산 일정 금액 이상 금융회사에 이중망 설치를 의무화하는 식이다. 금융위원회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꾸린 ‘통신 재난 관리체계 개선 TF’에 참여해 후속 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외주를 맡기더라도 전자금융 관련 규정에 따라 금융회사가 관리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다만 통신 시스템 구축에 많은 비용이 들어 당국이 강제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은행들은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 점포에서 KT 통신망만 사용하는 농협은행은 이중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사용 중인 KT망 내 1개 회선을 비상 상황 시 주변 회선으로 바꿔 이용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하나은행은 내년 상반기까지 KT로만 이중화돼 있는 영업점 일부를 다른 통신망을 사용하는 이중화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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