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는 신창재<사진> 교보생명 회장이 내달 기업공개(IPO) 여부를 결정짓는다.
29일 보험업계 따르면 교보생명은 다음 달 11일 이사회를 열고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대비를 위한 자본 확충안을 논의한다. 최근 크레디트스위스(CS), NH투자증권 등 주관사로부터 관련 방안에 대한 보고서도 수령했다. 이 보고서에는 IPO 방안도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제안서를 바탕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본 확충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와 IMM 프라이빗에퀴티(PE) 등 FI들은 신 회장에게 지분 24%에 대한 풋옵션 행사 의사를 통보했다. 적정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따지고 있다며 상장 약속을 3년이나 미루고 있는데 따른 최후통첩이다.
신 회장이 IPO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는 침체된 업황으로 인해 ‘제값’을 못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2년 FI들이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로부터 지분 24%를 넘겨받을 당시 교보생명의 기업 평가가치는 5조 원에 달했다.
교보생명은 6년간 '곳간'(자본금ㆍ순이익)을 착실히 불려나가며 내실을 다졌다. 하지만, 문제는 외부였다. 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건전성 부담감에 생명보험사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0.6까지 떨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교보생명이 상장하면 시가총액이 4조 원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것도 부담이다. 6월 말 기준 신 회장 지분율은 33.78%(692만5474주)다. 누나 경애(1.71%)ㆍ영애(1.41%)씨의 지분을 모두 끌어모아도 40%를 못 넘긴다. 3세 경영 승계 과정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물납(세금을 금전이 아닌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대신하는 것)으로 내면 경영권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지분율이 떨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FI가 풋옵션을 행사하면 1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상장 밖에 답이 없는데 시장 상황이 너무 안좋아 교보생명으로선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