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30일 올해 마지막(11월말) 기준금리 결정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한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인상 소수의견이 두 명(투아웃)으로 한 명 더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더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고 한만큼 그 어느 때보다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서 지난달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와 여당 인사들도 집값 안정을 위해 금리인상에 나서줄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지난달 소수의견을 냈던 고승범 위원은 “통화정책의 완화정도가 일부 축소되더라도 금융안정에 보다 중점을 둔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이일형 위원도 “금융불균형 누증 억제”를 강조한 바 있다. 동결에 표를 던지긴 했지만 윤면식 부총재 추정 위원은 “그동안의 통화정책방향 시그널, 최근 거시경제상황과 금융안정상황에 대한 판단을 종합해 볼 때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축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지원 추정 위원도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에 대해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채권시장 등을 비롯한 시장 저변에서도 이달 인상할 것이라는 시장기대가 형성된 것도 인상을 뒷받침하는 요인이 되겠다. 윤면식 부총재 추정 위원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시장의 기준금리 기대에 있어 인상시기에 대한 의견이 분산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를 시급히 인상할 사유는 크지 않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투데이가 25일 채권 전문가 1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2명이 인상을 예상했다. 또 금융투자협회 설문조사에서도 79%가 금리인상을 전망했다. 이 조사는 16일부터 21일까지 채권보유 및 운용관련 전문가 200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응답자는 100명이었다.
실제 소비자와 기업 심리를 종합한 11월 경제심리지수(ESI) 순환변동치는 93.2로 2016년 7월(93.1) 이후 가장 낮다. 이는 그해 6월 한은이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해 연 1.25%로 결정한 직후 수준이다.
10월 실업률은 3.5%에 그쳐 같은 달 기준으로 2005년(3.6%)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조적 물가흐름을 의미하는 근원인플레(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소비자물가(CPI))도 0.9% 오름세에 그쳐 2000년 2월(0.8%) 이후 18년8개월만에 최저치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잠재성장률과 실제성장률을 의미하는 국내총생산 격차(GDP갭률)도 한은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0.135%로 5년반만에 반짝 반등한 후 올 상반기 마이너스(-)0.045%를 기록한 이래 내년까지 마이너스를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다. GDP갭률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실제성장률이 우리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성장할 수 있는 최대치를 밑돌고 있다는 뜻이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의 추가 확대 우려도 줄어들 공산이 높아졌다. 28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준(Fed) 의장은 뉴욕 이코노믹클럽에서 가진 연설에서 “정책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의 바로 밑에(just below) 있다”며 속도조절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