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암호화폐)이자 블록체인 플랫폼인 이더리움 재단이 다음 업그레이드 버전에서 세계대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전용 하드웨어를 제작하는 데만 3000만 달러(약 339억 원)를 쓰고, 아이디어 공모에도 100만 달러(약 11억 원)를 포상금으로 내거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이더리움 2.0 개발 기간은 2년 =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이달 초 이더리움 재단이 체코 프라하에서 진행한 개발자 콘퍼런스 ‘데브콘4(DEVCON 4)’에서 이더리움이 머지않아 ‘이더리움 2.0’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더리움 2.0은 현재 진행 중인 이더리움 개발 프로젝트들이 하나의 버전에서 상호 작용하도록 융합시키는 프로젝트다. 이더리움의 마지막 단계인 ‘세레니티(Serenity·평온)’라고도 불린다.
이더리움 2.0에 포함되는 기술로는 채굴을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변경하는 ‘캐스퍼(Casper)’ 프로젝트, 속도를 높인 ‘샤딩(Sharding)’, 이더리움 가상머신(EVM)을 대폭 개선한 ‘이워즘(EWASM)’ 등이 있다.
이더리움 2.0에선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속도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이더리움의 초당 전송량(TPS)은 15건으로 일일 평균 7만 건 이상이 상시적으로 대기상태로 있다. 다음 버전에서 샤딩 기술을 도입하면 초당 최대 1만5000건 정도로 약 1000배의 비약적 상승이 일어난다.
다만 복합적인 기술이 융합되는 고난도 신기술인 만큼 기술 개발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더리움 관련 전문가들은 이더리움 2.0 개발에 2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이더리움 기술 전문가는 “보수적으로 봤을 때 이더리움 2.0(세레니티)이 나오기까지 2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디지털 절대 주사위’ 만든다 = 이더리움 2.0에선 컴퓨터 하드웨어 장비를 대량으로 투입해 채굴(네트워크 유지에 대한 보상)하는 방식에서 일정한 양(최소 32이더리움)을 보증금으로 걸어놓고 채굴을 하는 ‘지분증명(PoS)’ 방식으로 전환되는 주춧돌을 놓는 작업을 하게 된다.
지금은 컴퓨터 연산력(해시파워)이 높은 채굴자를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유지되지만, 향후 무작위로 네트워크 검증자를 뽑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더리움 개발진은 무작위로 노드(Node·채굴자)를 선발할 경우 채굴자들의 악의적인 조작 행위에 저항성이 생긴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무작위 수’를 만들어낼지가 관건이었다. 채굴자들이 자신들의 이익과 관련해 무작위 수 생성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더리움 재단은 공통의 하드웨어(채굴장비)를 만들고, 이를 전 세계에 무료로 배포하겠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비용이 3000만 달러로 파일코인(IPFS) 프로젝트와 공동으로 출자했다. 세계에서 가장 공평한 무작위 수를 만들어내는 ‘디지털 주사위’에 300억 원 넘는 돈이 투입되는 셈이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이더리움 핵심 개발자 저스틴 드레이크(Justin Drake)는 “이더리움 2.0을 위한 하드웨어 장비를 전 세계에 배포해 세계대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당분간 플라즈마 전성시대 = 이더리움이 업그레이드되는 데 약 2년이 예상되는 만큼 그 전까지 속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 ‘플라즈마(Plasma)’다.
플라즈마는 이더리움에서 파생된 또 하나의 작은 이더리움으로 이더리움의 보안성을 이어가면서 속도를 향상시키는 게 목표다.
플라즈마를 실제로 응용한 프로젝트가 속속 등장하면서 향후 2년간은 플라즈마 기술로 구현된 ‘미니 이더리움’이 대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한 이더리움 플라즈마 개발자는 “이더리움 메인 네트워크에서의 확장성 해결에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대안으로 플라즈마 기술을 통해 확장성을 해결하는 모델이 주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