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간다] 1시간 낮잠이 주는 경제적 가치는?…'패스트힐링'하는 직장인들

입력 2018-11-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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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원 내고 '꿀맛'같은 단잠을 청했다. (유정선 기자 dwt84@)
▲1만 원 내고 '꿀맛'같은 단잠을 청했다. (유정선 기자 dwt84@)

#오늘 '6000원' 내는 점심 밥값 대신 낮잠 값을 지불했다. 1시간가량 자는데 1만 원. 꿀맛 단잠을 위해 배고픔을 포기했다. 누적된 피로와 연말에 마쳐야 할 일이 태산이다.

'만 원을 내고 낮잠을 잔다'. 직장인이 아니라면 쉽게 공감되지 않는 내용이다. 모태부터 타고난 체력이라면 상관없지만…

김 부장은 "칼퇴하고 집에 가서 일찍 자!"라는 뻔한 얘기를 했다. 휴대폰 배터리도 90%는 충전되어 있어야 하루 종일 마음이 편한데, 나는 밀린 보고서 때문에 2시간 밖에 못잤다. 충전량은 겨우 50%. 적어도 나는 오늘 '급속 충전'이 필요했다.

▲한 직장인이 영화관 낮잠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표를 끊고 있다. (유정선 기자 dwt84@)
▲한 직장인이 영화관 낮잠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표를 끊고 있다. (유정선 기자 dwt84@)

직장인들 사이에서 패스트힐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시간적 여유에 쫓기는 평일에 빠른 스트레스 해소와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에 잠과 경제의 합성어인 '슬리포노믹스'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오로지 잠을 자는 것에 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수면 카페나 숙면을 돕는 물품들이 그것이다.

2016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41분으로 조사 대상 18개국 중 꼴찌다. OECD 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 22분으로 우리보다 40분이나 길었다. 하루에 8시간 가까이 자는 직장인이 있을까. 거기에 밀린 업무나 연말 회식까지 가세한다면, 누적된 피로도는 상상 초월이다.

▲여의도 CGV는 직장인을 위해 '프리미엄 시에스타'를 운영 중이다. (유정선 기자 dwt84@)
▲여의도 CGV는 직장인을 위해 '프리미엄 시에스타'를 운영 중이다. (유정선 기자 dwt84@)

최근 회사들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수면카페와 힐링카페가 인기다. 그럼 과연 낮잠을 위해 투자한 1만 원의 가치는 있는 걸까?

점심시간이 시작된 오전 11시. 여의도 CGV로 향했다. 벌써 몇몇 직장인에게 '입소문'이 난 곳이다. 여의도 CGV에서는 직장인을 위해 평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프리미엄 시에스타'를 운영 중이다. (단 성수기인 12월에는 2주 내지 한 달 가량 잠시 운영이 중단된다)

점심시간에 '꿀잠'이란 걸 자 보기로 했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시에스타가 운영되는 7관으로 향했다. 매표소 직원은 2가지 음료 중 선택권을 준 뒤, 귀마개를 줬다.

영화관 안으로 들어서니 고급 마사지숍에 온 것 같았다. 잔잔한 클래식과 아로마 향초가 놓여 있었고, 실내화도 있다. 여의도 CGV 7관은 평소에 프리미엄관으로 활용되는 곳이다. 100여 석 정도 규모로, 안락한 리클라이너 의자가 배치되어 있다.

가장 뒷 열 가장자리에 앉았다. 스크린과 의자가 한눈에 들어오는 최적의 장소였다. 도착한 시간은 11시 33분. 나보다 앞서 한 직장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맨 끝 자리에 앉아 잠을 자려는 자세를 취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일행으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나란히 들어왔다. 그들은 따로 앉아 오로지 자신만의 시간을 가졌다.

▲낮잠 영화관 내부 모습. 리클라이너, 슬리퍼, 향초, 담요 등이 준비돼있다. (유정선 기자 dwt84@)
▲낮잠 영화관 내부 모습. 리클라이너, 슬리퍼, 향초, 담요 등이 준비돼있다. (유정선 기자 dwt84@)

잔잔한 음악과 아늑한 분위기에 몸을 맡겼다. 나는 그렇게 숙면을 취했다.

12시 40분이 되자 하나둘씩 알아서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회사의 점심시간은 대부분 1시까지이다. 나는 계속 낮잠을 청했다. 마지막까지 홀로 남아 1시간가량 숙면을 취했다. 나오면서 느낀 것은 복잡했던 생각과 밀린 업무로 인한 피로를 털어낸 느낌이었다. 확실히 푹 잔 듯한 느낌과 기분이 전환됐다.

여의도에는 '단잠'이라는 수면 카페도 있다. 이 가게의 모토는 '밥보다 잠'이다. '단잠' 여의도점 사장은 "평일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라며 "간단한 식사도 제공하고 차도 마실 수 있다. 오로지 힐링만 하고 돌아가시는 곳"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수면 카페 '단잠'. 직장인들이 밥 대신 단잠을 자는 곳이다. (유정선 기자 dwt84@)
▲여의도 수면 카페 '단잠'. 직장인들이 밥 대신 단잠을 자는 곳이다. (유정선 기자 dwt84@)

랜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에서 수면 부족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로 생기는 손실만 연간 4110억 달러(약 460조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는 매년 123만 명이 일하지 않는 것과 같은 효과다. 2008년에 발표된 하버드대의 연구 발표를 보면 하루 45분의 낮잠은 기억과 학습 능력을 향상시킨다.

구글 본사에는 '낮잠 캡슐'이 설치돼 있고 나이키는 '콰이어트 룸(수면실)'이 설치돼 있다. 일본의 리모델링 회사 '오쿠타' 역시 직원들에게 오후 15~20분 정도 낮잠을 권유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기업이 직원의 '낮잠'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는 직원의 낮잠이 생산성 향상이나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옛말에 '잠이 보약'이라는 속담이 있다. 1시간의 휴식이 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면 '1만 원'의 가치는 충분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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