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르노·닛산·미쓰비시연합 회장이 자신의 보수를 낮게 조작하고 회사 자금을 유용하는 등 부정 혐의로 19일(현지시간) 일본 검찰에 체포되면서 연합이 와해할 위기에 처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곤의 몰락에 세 자동차 회사를 하나의 지붕 아래 통합하려던 연합이 유지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20년 가까이 함께한 르노·닛산 연합에 2016년 미쓰비시가 합류하면서 이들은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어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번 부정 혐의로 닛산은 곤을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했고, 닛산이 최대주주로 있는 미쓰비시 역시 곤을 회장직에서 제명하겠다고 밝혔다. 르노는 이번 주말 이사회를 소집해 곤의 해임을 논의할 계획이다.
3사는 2022년까지 대부분 차량을 공동 생산할 계획으로 제품 조달과 제조, 연구 지출 등에 관한 연구를 공유하고 있었다. 3사는 통합이 실현되면 연간 판매량이 1000만 대에 이르는, 폭스바겐 뒤를 잇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그룹이 될 거란 야망을 품었다. 그러나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던 곤이 실각하면서 3사가 사실상 분열될 가능성이 커졌다. 아울러 그가 주도해 온 비용 절감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한 익명의 3사 연합 고위 임원은 “곤은 세 회사를 묶는 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3사는 각각 브랜드 역사가 길고 자부심이 높아 다른 문화를 갖고 있다”면서 “곤 덕에 연합이 유지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번스타인의 맥스 워버튼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곤 회장의 중요성이 과장됐을 수 있다”면서 “곤 회장 없이도 연합이 유지될 수 있고, 혹은 또 다른 이음매를 발견할 수도 있다”고 낙관했다.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최고경영자(CEO)은 곤 회장 한 명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미래에 특정 개인에게 의지하기보다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갈 것이며 파트너들과 소통하고 일하는 방식을 수정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WSJ는 닛산과 르노는 서로 상대에 인수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점을 들어 현 상황에 정치적인 의도가 개입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르노는 닛산 지분의 43%를 보유하고 있는데,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닛산이 곤 회장을 ‘희생양’ 삼아 르노에게서 벗어나고자 전략을 펴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르노의 최대 주주는 지분 15%를 보유한 프랑스 정부다. 프랑스 정부 일각에서는 다임러와 크라이슬러의 통합 실패를 예로 들며 닛산과의 경영 통합에 대한 불만을 계속 표출했다.
곤 회장은 1978년 프랑스 타이어회사 미슐랭에 입사해 1985년 브라질 미슐랭 사장이 됐고 1989년에는 북미 미슐랭 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경영 수완을 인정받아 1996년 르노 자동차에 부사장으로 스카우트됐다. 르노는 1999년 경영 위기에 빠진 닛산에 그를 파견했다. 곤 회장은 그해 추후 3년간 1조 엔의 비용 절감 등 전략을 펼쳐 닛산의 실적 회복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