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경기 침체에 창업시장도 얼어붙었다. 폐업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신규 창업마저 정체되면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가 14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65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000명 감소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근로계약 관계의 직원을 둔 자영업자다. 산업별로는 숙박·음식업과 도·소매업, 사업체 유형별로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비중이 크다.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건설기계 운전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와 다르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올해 2월부터 이어진 전반적인 고용 불황에도 꾸준히 느는 추세였다. 제조업 구조조정과 외국인 관광객 감소 등 잇따른 악재로 내수경기가 침체되면서 폐업이 늘었지만, 그보다 많은 신규 자영업자가 유입된 덕이다.
여기에는 취약계층 일자리 감소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중장년층과 저학력층 실업자들이 임금근로자로 재취업하기 어려워지면서 창업으로 내몰렸다는 관측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없어지는 일자리의 증가 속도가 만들어지는 일자리를 앞지르고 있다”며 “일자리를 잃은 분들은 자영업 진출을 선택하기보단 강요받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7일 발표된 ‘8월 비임금근로자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 이내에 사업을 시작한 자영업자의 56.9%는 창업 직전 임금근로자였다. 또 15.8%는 임금근로자로 취업이 어려워 자영업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특히 전체 자영업자 중 48.7%는 교육 정도가 고졸 이하였다. 창업 전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이 열악한 일자리에 종사했거나, 임금근로자 취업 자체에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10월 들어선 신규 자영업자 유입에 따른 전체 자영업자 증가세도 꺾였다. 폐업이 급증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보단 신규 창업이 위축된 게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최 교수는 “특정 산업에 자영업이 쏠리면서 발생하는 과당경쟁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최근의 자영업 증가는 경기 호황이 아닌 일자리 부족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조차 줄었다면 그만큼 시장 상황이 나빠졌다는 것”이라며 “기존에 자영업자들이 아무리 떠밀려 창업을 했다고 해도 나름대로 시장조사를 해보고 수익성을 판단했을 것인데, 그런 판단조차 억제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