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이 잇따라 기존 약의 형태를 바꾸는 제형 변경에 나서고 있다. 환자 편의성을 높이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가 기대된다.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바꾸거나 주사제를 알약으로 바꾸는 등 제형 변경이 활발하다.
제형 변경은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높여 삶의 질 향상을 가져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제약사로서는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제형 변경에 성공하면 신약 개발 못지않은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제형 변경이 확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SC’의 임상 3상을 완료하고 유럽 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램시마SC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변경한 것이다.
피하주사 제형은 의약품을 투여받기 위해 병원에 방문해야 하는 정맥주사 제형과 달리 환자가 사용주기에 맞춰 의약품을 자가 투여할 수 있어 편의성이 높다. 병원에서 한 시간 이상 정맥주사를 맞는 대신 환자가 집에서 30분간 직접 투여하면 된다.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이 가정에서 관리할 수 있고 평생 주사를 맞아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램시마SC의 경쟁력을 자신하고 있다.
테라젠이텍스는 정맥주사 제형인 루게릭병(근위축성측색경화증) 치료제를 경구용 신약으로 개발하고 있다. J2H바이오텍과 공동 개발한 ‘라디컷주(성분명 에다라본)’의 경구 투여 가능 유도체 후보물질 ‘TEJ-1704’에 관한 전임상 및 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내년 중으로 전임상시험을 완료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1상 시험 계획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라디컷주의 경구 투여 제제 개발이 성공하면 루게릭병 환자들은 정맥주사를 맞기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며, 약제의 체내 농도 조절을 위한 휴약기도 가질 필요가 없다. 거의 평생 치료를 해야 하는 루게릭병 특성상 환자들이 만성적으로 고통받고 있던 투약에 따른 정신적, 체력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먹는 항암제’ 개발도 속속 진행 중이다. 대화제약은 2016년 식약처로부터 경구형 항암제 ‘리포락셀(성분명 파클리탁셀)’의 허가를 승인받고 연내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리포락셀은 글로벌 제약사 BMS의 항암제 ‘탁솔’을 세계 최초로 경구형으로 변경한 개량신약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일찌감치 주력 의약품의 제형을 변경해 시장을 선점했다.
로슈는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에 이어 혈액암 치료제 ‘맙테라(성분명 리툭시맙)’의 제형을 정맥주사에서 피하주사로 2017년 변경 출시했다. 맙테라 피하주사는 고정 용량 1400㎎을 약 5~7분 복부에 투여하면 된다. 기존 정맥 주사는 의료진의 관리 아래 약 3~4시간의 투여 시간이 필요했으며, 체표면적에 따라 용량을 조절해야 했다.
바이엘의 간암 치료제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는 주사제형만 있던 항암제를 최초로 알약으로 바꾼 것이다. 넥사바는 병원에 입원해 약을 투약하며 경과를 지켜봐야 했던 간암 전신 항암요법을 일상 생활 중 약 복용을 통해 가능하도록 했다.
노바티스는 경구용 철과잉증 치료제 ‘엑스자이드(성분명 데페라시록스)’로 복용 편의성을 개선했다. 주사제의 경우 많게는 일주일 5~7회, 하루 8시간씩 투여가 필요했지만 경구용은 하루 1회 복용하면 된다. 엑스자이드는 음식물 섭취 30분 전 공복 상태에서 복용해야 하는 등의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필름코팅정도 출시, 일반 알약처럼 식후에 물과 함께 복용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