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출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일 취임 6개월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노총과 한국지엠자동차 노동조합을 두고 한 말이다. “사회적 대타협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복귀를 결정하지 않은 민주노총과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라고 한 취재진의 질문에 노동계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낸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노총을 향해 “너무 일방적이라 말이 안 통한다”면서 “민주노총은 대화해서 뭐가 되는 곳이 아니다. 자기들 생각을 100% 강요하려고 한다”고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나도 방법이 없다. 이래도 저래도 안 되는데 노력은 해봐야 한다”고 했다.
8일부터 6일째 홍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사무실을 점거하고 있는 한국지엠 노조를 겨냥해서는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며 “한국지엠 노조가 ‘지역에 와서 표 구걸하지 말라’는 유인물을 뿌리고 점거 농성까지 하는 데 대해 모멸감을 느낀다. 노조 집행부가 사과할 때까지 만날 생각이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홍 원내대표의 날선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의 ‘친정’이 한국지엠의 전신인 대우자동차 노조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한국지엠 출신이고 (부평을) 지역구 의원이지만 한국지엠의 모든 경영 사안에 일일이 개입할 수 없다”며 “‘선거 때만 표를 구걸한다’는 식의 모욕과 협박을 서슴지 않고, ‘면담 일정을 주지 않으면 점거를 풀지 않겠다’고 버티면 어떻게 대화가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홍 원내대표는 1982년 대우자동차에서 용접공으로 입사한 지 2년 만에 노조 결성을 주도했다. 1984년 노조위원장을 맡은 그가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과 직접 담판을 한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이후 참여연대 정책위원과 한국노동운동연구소 소장 등의 경험을 토대로 국회에 진출해 벌써 3선 의원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재선이었던 19대 국회 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았고, 올해 원내대표 취임 직전까지 환노위원장으로 노동 현안을 주도했다.
홍 원내대표는 5월에도 최저임금 계산 범위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 합의를 주도하면서 노동계와 갈등을 빚었다. 최근엔 탄력근로제의 단위시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에 반대하는 노동계와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홍 원내대표를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누구보다 우리나라 근로자가 장시간 노동에 노출된 상황을 잘 아는 분이 노동계에 대립각을 크게 세우고 있어 걱정”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 같은 우려에도 홍 원내대표의 노동계를 향한 ‘작심 비판’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민노총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초기에 민노총을 달래는 역할을 주로 맡았던 그는 국가를 위해 이제 막무가내인 민노총을 향해 자신이 총대를 멜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정부가 고용쇼크와 경제성장 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는 상황에서 여당의 원내 사령탑으로서 보조를 맞추고 있는 셈이다.
홍 원내대표는 “나처럼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내가 노동계 출신이라 언론이 ‘타깃’으로 잡으니 (민노총과) 더욱 그렇게 (충돌하게) 된다”며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