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이 올해 초 검찰 수사로 홍역을 앓은데 이어 또 다른 복병을 만나 고전하고 있다. 오너 일가와 주요 계열사들이 국세청으로부터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7일 관련업계와 사정기관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달 중순께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요원들을 서울 성북구에 소재한 삼양식품 본사에 사전 예고 없이 투입, 세무조사에 필요한 관련 자료 등을 예치했다.
이번 세무조사는 일반적인 정기세무조사가 아닌 심층(특별) 세무조사이며, 조사 대상은 삼양식품과 일부 계열사 등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는 내년 1월 중순까지 일정으로 진행될 예정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연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의 경우 여느 지방국세청 조사국과 달리 비자금 조성 의혹 또는 탈세 혐의 등이 명백한 경우에만 조사에 착수할 뿐 아니라 관련 자료 제출 등이 미흡하면 조사 연장이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삼양식품에 대한 특별세무조사가 검찰 수사의 연장선상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2월 삼양식품 오너일가의 경영 비리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삼양식품 본사와 계열사, 거래처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한 바 있다.
당시 삼양식품 전인장 회장과 부인 김정수 사장은 오너 일가의 지위를 이용해 자신들이 대표이사로 이름이 올라 있는 회사로부터 원료나 포장지, 상자를 공급받는 등 '일감 몰아주기'를 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를 받았다.
이후 전 회장 부부는 200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삼양식품이 계열사로부터 납품받은 포장 박스와 식품 재료 중 일부를 자신들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납품받은 것처럼 꾸며 총 50억 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기소됐다.
실제로 전 회장 등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는 삼양식품에 납품하지 않고도 대금을 받았고, 이 같은 수법으로 페이퍼컴퍼니에 지급된 돈은 고스란히 전 회장과 김 사장에게 흘러간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 회장 부부는 지난 6월 초에 열린 첫 공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횡령 부분을 겸허하게 인정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국세청은 삼양식품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검찰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계열사 간 편법 지원 의혹과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비자금 조성 여부 등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양식품은 국세청 세무조사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국세청 세무조사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 놨다.
반면 국세청 전 고위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서 배임 횡령 또는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부를 축적했다면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국세청 또한 비정기세무조사에 착수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이어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착수했다면 오너 일가는 물론 지주회사와 계열사 간 지분 이동 현황 등에 대해 세무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강도 높게 살펴볼 것”이며 “이에 따른 추징금 규모 또한 예측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삼양식품은 올해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기준 매출 2493억 원과 영업이익 310억 원, 당기순이익 258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14%, 영업이익은 52% 증가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