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 신차 판매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이 휘발유와 경유 등 내연기관 차량을 점진적으로 퇴출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이 포함되면 이 비율은 40%로 껑충 뛴다.
자동차 업체들이 최소 1종 이상의 전기차를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배터리 성능이 개선되고 충전시간도 크게 단축되면서 소비자들도 전기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판매 수치는 전기차 시대가 임박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100만 대가 넘었다. 이는 2016년보다 약 60% 늘어난 것이다. 전기차 비용의 절반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은 5년 전의 킬로와트시(kWh)당 599달러에서 현재 208달러로 대폭 떨어졌다. 세계적으로 60만 개의 충전시설이 있고 그중 절반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심각한 대기오염을 해소하고자 ‘당근과 채찍’ 정책을 펼쳐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전기차가 전 세계 시장에서 완전히 보급되려면 충전소와 전력망 등 관련 인프라 구축에 약 6조 달러(약 6743조 원)의 비용을 들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5~8.0%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라고 골드만삭스는 강조했다.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까지 포함하면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배터리 품질 등 개선해야 할 다른 과제도 많다. UBS그룹 애널리스트들이 연초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펼친 결과는 장밋빛 미래와 거리가 멀었다.
중국 배터리는 낮은 온도에서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8월 배터리 문제로 볼트 전기차의 중국 버전 신차종 ‘뷰익 벨리트 7’ 출시 계획을 연기하기로 했다.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여전히 높은 가격도 문제로 제기됐다. UBS가 세계 6대 자동차시장의 소비자 1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계 연간 소득이 30만 달러 이상인 부유층이 전기차 구매를 가장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15만~20만 달러 소득계층에서는 그 비율이 41%에 불과했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에 전기차를 살 엄두가 안 난다는 의미다.
미국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덴마크와 홍콩 시장에서 정부 지원이 중단되자 판매가 즉각적으로 급감하기도 했다. 심지어 포르셰나 재규어랜드로버 등 럭셔리 업체들도 전기차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팔려면 배터리 가격이 kWh당 100달러로 떨어져야 한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현재 전기차 순매출액에서 제조원가 비중은 평균 80% 이상이다. 이에 블룸버그는 정부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 없이도 전기차 대중화가 이뤄지려면 최소 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