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여당은 박근혜정부 시절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의 “(금리인하는 말하지 않아도) 척 하면 척”이라고 언급했던 것과 함께 보수언론까지 동원해 금리인하를 압박한 정황 증거가 나온 것에 대해 맹공을 펼쳤다. 야당은 이를 방어하면서도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정부와 여당이 금리인상을 주문한 것을 언급하며 맞불작전을 폈다.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은 조직은 독립성을 갖고 있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제도적으로 지원되고 있다. 한은 금통위(금융통화위원회)가 시장을 리드하고 신호를 주는 게 아니라 확정된 방향에 편승해 추종하는 것 같다”며 “한은사(韓銀寺)”라고 평가했다. 그는 파워포인트로 표까지 보이며 “한은의 현재 행태는 분석예측과 신호, 경고, 처방, 선도가 아닌 침묵, 동조, 편승, 추종, 비공개”라고 한은을 몰아세웠다.
반면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명재 의원이 한은은 적막한 절 한은사라고 언급했는데, 실제로는 고도의 정치가 이뤄지는 박사들인 것 같다. 척척사(寺)다”라며 “독립성을 얼마나 훼손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 와중에 전 정권에서 한은 독립성을 훼손한 것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이 전 정부 여당 의원의 입에서 나왔다. 권성동 한국당 의원이 이날 “현 정부에서도 한은 중립성과 독립성을 노골적으로 (훼손하고 있다)”라고 말한 것. ‘현 정부에서도’라는 언급이 흥미롭다. 이는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금리인하 노력을 많이 한 것 같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들) 두 분으로부터도 최경환 부총리로부터도 압박이 없다고 말했다”고 언급한 것과 “이낙연 총리와 김현미 장관에 이어 홍영표 원내대표가 금리인상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압박을 가했다)”고 말하는 중간에 흘러나왔다. 박명재 한국당 의원도 “한은 권위를 건드렸다는 (안종범·정찬우 문자) 메모가 왔다 갔다 했다. (한은을) 가벼이 봤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은이 내놓는 분석 보고서가 맹탕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국감할 때마다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한은의) 연구조사 기능이다. 수백 건의 연구과제 목록을 봐도 이 정부 들어 현안이 돼 있는 연구를 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박명재 의원도 “한은은 국내 최고 두뇌 집단이다. 박사만 145명에 달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80명의 두 배”라면서 “경제 현안에는 제 목소리를 낼 때가 드물고 발간 보고서도 두루뭉술하다”고 평했다.
한은은 아쉽게도 이 같은 지적에 ‘아니다’라고 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중수 전 한은 총재는 이명박정부 시절 “한은도 정부”라는 말과 함께 취임했고, 그 자신이 입안했다고 하는 747정책(7% 성장, 소득 4만 달러, 경제 세계 7위)에 충실해 저금리·고환율 정책을 폈다.
이주열 총재도 최경환 부총리 취임 후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최 부총리 취임 직후인 2014년 7월 이 총재와의 상견례 자리는 사실상 금리인하를 압박하기 위한 자리로 알려졌다. 당시 그 자리에 함께했던 한은 전 고위관계자는 “‘한 번 (인하) 갖고 안 되겠구나’ 하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한 바 있다. 그해 9월 말 “척 하면 척” 발언과 관련해서도 또 다른 전직 한은 고위관계자는 “정권이 추진하면 각 정부부처는 캐비닛에서 여러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성의 표시다. 한은도 (금리인하로) 성의 표시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대외 접촉을 줄이고, 예정에 없는 질문엔 답하지 않으며, 언급 또한 서면으로 대체하는 등 이 총재의 소통 방식도 은둔형에 가깝다. 박명재 의원이 주문한 마에스트로(maestro)로서 조정자나 국민과 국가를 보호하는 호민관과는 거리가 있다.
이날 이주열 총재도 언급했듯 한은 독립성을 한은 스스로 만들어 가길 촉구해 본다. kimnh21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