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내놓은 ‘대(對)아세안 수출기회와 유망품목’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아세안 국가들은 하이테크·부품소재산업 육성에 집중하는 경제정책을 펴고 있다.
베트남이 대표적이다. 베트남은 정보, 바이오, 신소재, 자동화 부품소재, 소프트웨어, 기계, 전자정보기술, 자동차, 첨단기술 분야에 대해 법인세 대폭 감면 및 수입세 면제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신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인도네시아는 제약원료, 반도체, 의료기기, 산업기계 핵심부품, 로봇, 항공 등 17개 산업군에 대한 법인세 감면 및 근로비자 절차 간소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세안 국가들이 하이테크에 기반한 사회간접시설(SOC)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인도네시아는 올해까지 발전, 철도, 고속도로, 항구 등 30개 SOC 프로젝트에 약 71조 원을 우선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는 ‘제11차 말레이시아 계획(2016~2020년)’에 따라 교통 시스템 구축(고속도로·공항·항만 등 개발)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기반시설 확대 등에 728억 달러를 투자한다.
태국은 장기 인프라 개발계획에 따라 2015~2022년 교통 시스템 및 해상운송, 항공개발에 약 78조8000억 원을 투입한다.
이처럼 아세안이 고부가가치 산업구조와 교통, ICT, 스마트도시 등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게 우리나라에 수출 확대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대아세안 신산업 품목 수출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차세대 반도체,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기·자율주행차, 로봇, 첨단 신소재, 항공·드론, 바이오·헬스, 에너지 신산업, 프리미엄 소비재 등 우리나라 9대 신산업의 대아세안 수출은 2017년 기준으로 184억7000만 달러로 2009년(60억8000만 달러)에 비해 3배 증가했다. 이 같은 수출 증가폭은 미국(2.4배), 일본(0.8배)보다 큰 것이다.
같은 기간 아세안 톱 3로 불리는 VIM(베트남·인도네시아·미얀마)에 대한 9대 신산업 품목 수출은 114억6000만 달러로 2009년(7억6000만 달러)에 비해 15배 증가해 대아세안 수출증가폭보다 5배 많았다.
9대 신산업 중 수출액이 10억 달러를 넘어선 품목은 차세대 반도체와 차세대 디스플레이, 프리미엄 소비재다.
보고서는 아세안의 신기술 및 부품소재 육성 정책으로 관련 품목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축전지, 변압기, 전화기, 인쇄회로, 전기제어용 보드, 땜질·납땜용 기기, 마이크로폰, 확성기 등 전기기기 85개를 유망 수출 품목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광학기기용 액정디바이스, 레이저기기, 기타 측정·검사용 기기, 자동조절·제어용 기기 등 광학기기 90개와 가정·세탁소형 세탁기, 원심분리기, 액체·기체용 여과기, 금속 주조용 주형틀 등 기계 84개, 최종 제품에 쓰이는 화학원료 플라스틱 소재 구리 및 알루미늄 소재 등도 유망 수출 품목으로 분류했다.
정귀일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아세안은 이제 값싼 제품의 수출시장이 아니라 신산업과 부품소재의 수출 유망지역으로 부상했다”며 “우리 기업들은 신산업 및 부품소재 분야에서 시장 접근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정 위원은 “또한 아세안의 신기술 및 부품소재 육성은 우리 수출의 고부가가치화라는 통상정책을 모두 만족시킨다는 점에서 신남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협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