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 보험료 인상을 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90%대 가까이 치솟은 손해율을 고려하면 당장 보험료를 올려야 하지만, 금융당국의 반대가 심해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소비자물가까지 뛰고 있어 연내 인상이 어려울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삼성화재의 9월 손해율은 86.8%로 지난해(81.7%)보다 5.1%P 상승했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도 80.5%에서 86.1%로 뛰었고 △DB손보(83%→89.3%) △KB손보(80.1%→91%) △메리츠화재(81.8%→85.5%) △한화손보(83.2%→90.2%) 등도 급등했다.
손해율이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업계에선 적정 손해율을 77~78% 수준으로 보고 있다.
9월 손해율이 오른 이유는 추석 연휴와 나들이 철이 맞물리면서 차량 운행이 늘었기 때문이다. 통상 사고가 1% 늘면 보험료 조정의 기준이 되는 손해율은 0.7∼0.8% 오른다. 손해율이 1%P 오를 때마다 6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드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추산한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원가 상승 요인이 보험료에 반영되지 못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안정될 수 있지만,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은 악화되고, 소비자와의 갈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 역시 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보험이 소비자물가 항목에 포함되는 만큼 인상 폭을 최소화하라고 주문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05.42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 올랐다. 13개월 사이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업계 시선은 자연스레 '형님' 삼성화재로 쏠린다. 앞서 삼성화재는 상반기 콘퍼런스 콜을 통해 "10~11월 정도 정비수가 인상분에 대해 반영을 검토해볼 수도 있다"고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할 삼성화재는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시작으로 삼성생명, 삼성카드 등 계열사들이 금융당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데다, 다음 달 정기 인사를 앞두고 섣불리 나서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에 일부 관계자들은 연내 보험료 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료 인상에 관련한 시기, 오름 폭 등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