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는 1일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모(34)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9대 4 다수의견으로 파기환송 했다.
여호와 증인 신도인 오 씨는 2013년 현역병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집총과 군사훈련을 받을 수 없다며 입영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1, 2심은 그동안 대법원 판례에 따라 오 씨에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2004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례 이후 줄곧 3년 이하의 실형을 선고해왔다.
그러나 이날 전합은 병역의 의무가 오 씨의 거부 사유인 양심의 자유(종교적 신념)보다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전합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것인지는 헌법에서 규정한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 규범 사이의 충돌과 조정의 문제로서 병역법 제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라는 문언의 해석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헌법상 국방의 의무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집총이나 군사훈련 등 단지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방법을 거부할 뿐"이라며 "이들에게 형사처벌 등 제재를 통해 이를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전합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정당한 사유에 대한 객관성 논란에 대해서도 입증할 수 있는 조건을 설시했다.
전합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면서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하고, 실체를 가진 것으로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 사실이나 정황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도 아울러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전합의 이번 판단은 지난 6월 헌법재판소가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은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이후 어느정도 예상된 결과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2019년 12월 31일까지 병역법의 병역종류조항을 개정해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것을 주문했다.
다만 전합은 "현재 대체복무제가 마련돼 있지 않다거나 향후 도입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병역법 제88조 제1항 위반으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면 처벌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짚었다.
전합이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취지 판결을 내리면서 유사한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기준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은 총 227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