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뚜렷한 하향세를 보임에 따라 경제계와 학계가 한 자리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일 오전 신라호텔에서 ‘우리경제의 예측가능성 제고를 위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한 관심 기업인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최원식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 김소영 서울대 교수, 이지만 연세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진행했다. 또 송의영 서강대 교수의 사회로 안상훈 KDI 선임연구위원,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이성호 대한상의 SGI 신성장연구실장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 박용만 회장 “예측 가능성 중요” =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인사말에서 “최근 미·중 무역갈등과 신흥국 금융 불안, 내수침체와 정책적 불확실성 등으로 기업의 경영시계가 흐릿한 상태”라며 “긴 호흡에서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기업들도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대응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책 대응에 대해서는 “정책의 결과가 중장기 관점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이런 중장기 예측이 가능하다고 할 때 ‘지금 내려야 할 선택’에 대해서도 좀더 분명한 판단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개별기업 차원에서 '비용변동 요인들이 예측 가능하고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韓 경제 구조적·장기적 하향세 = 이날 전문가들은 현재의 한국경제가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하향세에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최원식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는 “최근 한국의 성장률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잠재성장률 역시 2%대까지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구조조정과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노력이 미흡한데다가 생산가능인구 감소까지 겹쳤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자본축적에 따라 한계생산이 체감해 왔고, 기술진보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세는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훈 KDI 선임연구위원은 “수출 중심의 성장구조에서 낙수효과가 감소함에 따라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민간과 정부의 역할을 구분해 총체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규제 풀고 직접적 분배정책 펴야” =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성장-분배정책 간 모호성을 극복하고 명확한 투트랙(Two-track) 정책을 펴자는 주문도 나왔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현재 한국경제는 성장여력 감소와 소득양극화(분배)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경제정책을 혼용하면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는 만큼 성장정책과 분배정책을 명확히 구분해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에 대해서는 규제완화를 통한 신산업과 서비스산업 발전을, 분배에 대해서는 목표 달성이 가능할 정도의 직접적인 정책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 “현행 최저임금 결정방식 변동성 예측 어려워” = 최근 변동성이 높아진 최저임금의 결정방식을 산식(formula)을 활용해 산출되는 구조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지만 연세대 교수는 “기업의 안정적 경영과 투자를 위해서는 미래 수입 및 비용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중요한데,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16.4%)이 전체근로자 임금인상률(3.8%)의 4배를 넘는 등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을 고려해 노사가 협의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최근의 사례를 보면 이런 기준보다는 노사협상 또는 정책적 요인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다”며 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최저임금법에 명기된 4가지 기준은 노사협의 시 고려사항일 뿐 지표산출과 반영기준 등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며 “최저임금 결정기준으로써 지표 항목을 재정립하고 지표별 산식(formula)을 명확하게 하는 등 최근 대한상의가 제안한 방식을 검토해 볼 만 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 교수는 현재의 ‘교섭식’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영국·프랑스 등의 ‘자문식’으로 개선해 최저임금위원회 역할과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