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DSR 대출절벽 첫 날, “실수요자 미리 빌렸다” 한산한 은행 창구

입력 2018-10-3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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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첫날인 31일, 이날 오후 2시쯤 방문한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가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곽진산 기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첫날인 31일, 이날 오후 2시쯤 방문한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가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곽진산 기자
“어제, 그제 대출이 많이 진행됐다. 오늘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시작한 첫날이라서 그런지 고객들이 많이 오지 않았다.”

DSR 규제가 본격 시행된 31일, 이날 오후 2시께 방문한 여의도에 있는 한 시중은행 대출 영업 창구 직원은 “오늘은 전화 상담만 조금 있는 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출창구는 파도가 한 번 쓸고 간 모래사장처럼 한산했다. 대출 한도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고객이 사전에 대출 신청을 완료한 것이다. 당분간 상담이나 문의를 제외하고 실제 대출신청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이 직원은 설명했다. 이날 창구를 찾은 고객의 대부분도 자신의 대출한도가 어떻게 되는지만 묻고 돌아갔다.

언제나 그렇듯 시작하는 날은 느리고 복잡하다. DSR 규제와 관련해 고객도 내용을 제대로 모를뿐더러, 상담직원도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이날 은행을 찾은 변 모(29)씨는 “규제가 시작됐는데 얼마나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은행에) 왔지만 확답은 듣지 못했다”고 답답해했다.

은행 직원도 고객의 이러한 답답함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DSR을 면밀하게 계산하려면 차주의 전반적인 대출 정보를 조회해야 하는데, 이는 별도의 고객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또 담보금액만 대략적으로 알면 수기로 계산할 수 있었던 DTI와 달리 DSR은 계산식이 복잡하다.

이 때문에 상담만 원하는 고객은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직원은 “확실히 (대출이) 된다, 안 된다를 고객에게 말해줄 수는 없다”면서도 “신DTI로 계산하면 DSR에 막히는 일은 없으니 그런 방향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심사 과정에서는 DSR을 계산해서 알려줄 수 있지만, 그냥 상담할 때는 알려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 고객 입장에선 ‘규제’는 관심 대상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대출만 승인이 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창구에서 간혹 DSR 관련 문의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은행 창구가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이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DSR은 대출에서 최후의 보루 같은 거라서, 마지막 최종 심사에서 고려되는 지표”라며 “대출 유무만 확인하면 되는 고객 입장에서 DSR이 어떻게 되는지 묻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한편 시중은행은 올해 초부터 DSR을 시범 도입하기는 했지만, 고DSR 기준을 100%로 잡고 이를 초과하는 경우에도 큰 제약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부터는 금융당국이 DSR 규제를 관리 지표화하기로 했다. DSR 70% 이상을 위험대출, 90% 이상을 고위험대출로 규정하고 위험대출을 전체 가계대출의 15% 이하, 고위험대출은 10% 이하로 유지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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