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열광했다. 내년(2018년) 3000선까지 내다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신문 지면은 주가지수 모니터 화면을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는 거래소 직원 사진으로 채워졌다.
전문가들은 “2007년과 달리 코스피 밸류에이션(PER, PBR)을 고려하면 저평가 국면으로 평가된다”며 기대감을 키웠다. 또 “금리 수준을 감안한 주식의 상대적 매력도가 2007년 대비 매우 높다”며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하다. 3000선 돌파는커녕 심리적 마지노선인 2000선마저 무너졌다. 불과 1년 만에 온탕과 냉탕을 오간 투자자들은 혼란스런 모습이다.
비난의 화살은 정부에 돌아갔다.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님, 주식시장이 침몰하는데 대책을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 나흘 만인 30일 오후 1시 현재 2만6135명의 동의를 얻었다.
게시자는 “자본시장이 침몰하는데 어느 한 명 나서서 침몰하는 배를 구하려는 사람이 없다”며 “2015년 8월 증시가 급락하자 기획재정부는 휴일에도 경제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고, 경제정책국·국제금융국 등 관련 부서는 휴일을 반납한 채 시장 상황을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금융위원회가 29일 “자본시장 안정화를 위해 5000억 원을 조성, 운영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30일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증시 안정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응 비상계획)을 면밀히 재점검해 필요시 가동할 준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발표에도 시장은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대책을 놓고 “효과가 있겠냐”며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시장이 급락했을 때 2~3번 내놓았던 대책”이라며 “장이 급락했던 이유는 매번 다르지만,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매번 똑같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미봉책 수준의 해결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문제에 대한 인식 자체가 안일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증시 급락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의 태도가 과도하게 위축돼 있다”며 안일한 인식을 드러냈다.
맞는 말이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은 비교적 건전한 편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증시가 흔들린다면 펀더멘털마저 흔들릴 수 있다. 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