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 ‘유명무실’…가상화폐 거래소 감시 제동

입력 2018-10-30 18:22 수정 2018-10-3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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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법인계좌 은행 입금정지 금지 가처분’ 인용

가상화폐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내세워 가상화폐 거래소를 감시하려던 정부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법원이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이즈’가 거래 중단을 막아달라며 NH농협은행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30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는 29일 코인이즈가 NH농협은행을 상대로 낸 ‘법인계좌의 입금정지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농협은행은 8월 코인이즈에 거래 중단을 통보했다. 코인이즈가 실명확인계좌가 아닌 법인계좌로 투자자 돈을 운용해 왔다는 게 이유였다. 코인이즈는 이에 반발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행정지도에 불과한 가이드라인으로 영업을 막았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코인이즈 손을 들어줬다. △가이드라인상 은행의 입금정지는 의무가 아닌 재량 사항인 점 △은행이 코인이즈의 실명확인 서비스 이용 요청을 거절한 점 △은행이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에 실명확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 등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법원 결정으로 정부의 가상화폐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은 유명무실해졌다. 가이드라인일 뿐 법적 강제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1월부터 가상화폐 거래소가 실명확인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등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은행이 거래를 거절·종료할 수 있도록 했다. 7월 개정안에는 은행이 ‘지체없이’ 금융거래를 끝낼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겼다.

법 제정을 피하려는 정부의 꼼수로 사실상 은행이 피해를 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는 1월부터 가상화폐 전담 대응팀을 꾸려 운영하다가 7월 말 금융혁신기획단을 신설하면서 관련 부서를 통합했다. 사실상 1년 가까이 가이드라인 하나만 내놓고 가상화폐 정의나 규제에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고 있는 정부 부처들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송현도 금융위 금융혁신과장은 “정부 차원에서 국무조정실, 금융위와 기획재정부, 과기부, 법무부 등이 모여서 논의하고 있다”고만 했다.

금융감독원도 규제 근거가 사라져 가상화폐를 감독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는 다만 “이번 판결만으로 모든 가이드라인이 무력화되는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국회도 손을 놓긴 마찬가지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7월 상정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가상화폐 거래사이트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은행은 법적 분쟁에 휩싸여 오히려 억울한 상황이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로선 굳이 나서서 총대를 메긴 싫을 것”이라며 “다른 부처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항고 여부에 대해 “감독기관 가이드라인에 관한 것이라 협의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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