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두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정 폭력은 더는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닙니다. 남은 유가족을 국가가 돌봐줄 수 있는 실질적인 법이 제정됐으면 합니다."
30일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강서구 전처 살해 사건 피해자의 딸 A씨의 발언이다. 이날 3시 5분쯤 개정된 국감에서는 '강서구 전처 살인'과 같은 가정폭력 사건이 일어난 배경과 후속 조치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국감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한 A씨는 이날 비공개 요청으로 얼굴과 성명을 공개하지 않고, 가림막 뒤에서 증언했다. A씨는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이 "친부의 협박을 받을 때마다 경찰에 신고했는가"라고 묻자 "보복이 두려워서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던 것이 많다"고 답했다.
경찰로부터 어떤 보호나 격리 조치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도움받은 적이 없다"며 "양육비도 한 번만 지원해주시고 그 이후로는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A씨를 참고인으로 신청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청원글을 올리게 된 배경에 대해 물었다. A씨는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저희 아빠는 절대 심신미약이 아니고 사회와 영원히 격리해야 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며 사형에 처해달라고 청원했다.
A씨는 "우발적 그리고 심신미약 등으로 감형돼 출소한 후 가족에게 보복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라며 "(피의자) 본인은 6개월만 살다 오면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 가족 모두에게 살해 협박을 하고 폭력을 지속해서 휘둘렀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피의자는 2015년 2월 "좋은 구경을 시켜주겠다"며 피해자의 형제들을 불러놓고 피해자가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폭행했다. 이 자리에서 칼을 들고 죽여버리겠다고 살해 위협을 하기도 했다.
법원에서 어머니에 대한 접근 금지 명령을 아버지에게 내렸지만 아버지는 '죽이고 6개월만 살다 나오면 된다'고 말해왔다. 피해 유족은 "제가 참다못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해자는 겨우 2시간 만에 풀려났다. 신고자에 대한 추가 조사도 없었다"고 호소했다.
어머니는 이혼 후에도 폭력에 시달리면서 4년간 거처를 여섯 군데나 옮겼지만, 불안에 떨어야 했다. 피의자는 피해자의 차량 뒤 범퍼 안쪽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달아 동선을 파악했고, 범행 당시 미리 흉기를 챙긴 채 가발을 쓰고 접근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는 지난 22일 새벽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아버지에게 살해당했다.
전혜숙 여가위원장은 "아버지가 출소하는 날이 내가 죽는 날이라고 딸이 절규하는 상황"이라며 "예고된 범죄나 예고된 살인을 우리는 알면서도 집안일이라고 치부해야 하는가 하는 심각한 문제다. 평생을 불안에 떠는 피해자가 더는 불안에 떨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조속한 입법과 처리가 필요하고, 피해자에 대한 국가차원에서의 보호를 확실하게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어제 이모부, 이모, 세 자매 등 피해 유족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으며 직면한 건 이들의 공포와 불안감이었다. 그 희생자가 나일 수도, 자매일 수도, 이모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떠는 유가족을 보는 게 정말 고통스러웠다"며 "수십 년 동안 이어진 폭행 속에서 어렵게 결심한 사람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