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6일 이사회를 열어 회장추천위원회 구성을 논의한다. 현재 헤드헌팅 업체 두 곳에서 후보 추천을 받고 있다. 이 업체는 이광구 전 행장 당시 후보 선정을 맡았던 업체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23일 이사회 전까지 회장 후보를 결정할 계획이다. 주주총회 안건인 주주이전계획서에 지주사 회장 이름을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우리금융지주 회장직 추천에 개입하는 방안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정부는 2016년 우리은행 지분을 내려놓고 과점 주주 체제로 만들었다. 당시 정부가 직접 나서 경영권을 보장하겠다고 과점 주주를 설득했다.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예보는 공적자금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역할만 한다”고 했다. 현재 경영에 참여하는 우리은행 과점 주주는 IMM PE(6%)와 한국투자증권(4.02%), 키움증권(4.01%), 한화생명(4%), 동양생명(4%) 등 5곳이다.
지난해 이광구 전 행장과 손태승 현 행장을 뽑을 때도 예보는 관여하지 않았다. 정부가 금융회사 CEO 선임 과정에 개입한다는 ‘관치 논란’을 의식해서다.
그런데 정부는 최근 돌연 입장을 바꿔 회장 추천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지주 회장직 관련) 의사표시를 할지 안 할지 아직 생각은 안 했다”면서도 “정부가 심각하게 (개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전부터 업계에선 최 위원장이 손 행장 겸직안을 이미 수용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정부로선 ‘낙하산 인사’ 등 시장의 불신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당장 지주사를 안정시키는 데도 은행 경험이 많은 손 행장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노조도 행장 겸직을 바라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그런데 사외이사들이 여러 명을 회장 후보로 올려 뽑는다고 하자 의사 결정에 개입하는 뉘앙스를 보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손 행장 겸직 여부와 상관없이 정부가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은행 경영권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번복하고 다시 개입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한 과점주주 관계자는 “정부가 일절 경영 간섭을 안 하겠다고 하고는 말을 바꿨다”며 “일반 과점 주주들이 (우리은행 지분을) 오랫동안 안 팔고 갖고 있었는데 정부 약속이 깨졌으니 팔고 나가도 되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위성백 예보 사장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어제 국정감사가 끝나 아직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조만간 (개입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사 사업계획서를 검토하는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 측에 임원 명단을 내도록 했다가 말을 바꾸는 등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보에 논의할 시간을 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인가 신청서에 임원 명단을 기재하도록 돼 있어서 요청했던 것”이라며 “사업계획서와 재무건전성 등을 검토해 인가를 결정할 뿐 임원 명단은 형식적인 요건”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다음 주 금융위원회에 인가안을 보낼 계획이다. 금융위는 내달 7일 정례회의에서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을 의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