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방위 돈줄 죄기로 사실상 ‘빚내서 집 사기’ 시대를 마감했다. 앞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 총원리금이 연 소득의 70%를 넘으면 ‘위험대출’로 분류해 관리한다. 주담대 문턱을 높였던 9·13 대책에 이어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든 대출을 옥죄겠다는 의미다.
금융위원회는 31일 신규 대출부터 고(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70%로 정해 관리한다고 18일 밝혔다. DSR는 연 소득 가운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카드론 등 총부채를 갚는 데 얼마를 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주담대 원리금과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의 이자만 포함했던 예전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대출 문턱을 높인 셈이다.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한국 가계부채 증가율이 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우려에서다. 지난해 명목 GDP 성장률은 5.4%였으나 가계부채 증가율은 8.1%였다. 김태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맞추겠다”며 “최근 2010~2015년 명목 성장률이 5%대였던 것을 고려해 2021년 가계부채 증가율을 5%로 꾸준히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고DSR 기준을 70%와 90%, 두 가지로 관리한다. DSR 70%를 넘으면 위험대출, 90% 이상이면 고위험대출이다. 한 가지 기준만으론 DSR 100%를 넘는 취약한 차주 대출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6월 기준 DSR 100%를 넘는 대출은 전체 신규 대출의 17.6%다. 대신 고DSR가 신규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특수은행별로 다르게 정했다. 은행마다 DSR 편차가 커서 은행 부담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당수 신규 대출 신청이 거절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6개월 시범 운영 동안 반영하지 않았던 전세보증금 담보대출과 예·적금담보대출, 유가 증권담보대출 원리금도 DSR에 포함하면서 부채 범위가 확대됐다. 이 때문에 다주택자나 고소득자가 아닌 영세 자영업자 등 서민들의 돈줄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한다.
임대사업자 대출에 적용하는 이자상환비율(RTI)은 그대로 유지하되 관리를 강화한다. RTI는 대출을 받으려는 부동산의 연간 임대소득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현재 아파트 등 주택 RTI는 1.25배, 상가 등 비주택은 1.5배다. 대신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예외한도를 높게 설정해 RTI 기준에 못 미쳐도 대출해 주는 제도를 없앤다. 금융위는 이달 은행권에서 먼저 시행하게 한 뒤 내년 상반기 제2금융권에까지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