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명의 남극과학기지 월동연구원을 이끌고 과학기지로 갈 지건화 대장은 16일 극지연구소에서 발대식을 가진 뒤 이같이 말했다. 세종과학기지 16명, 장보고과학기지 17명으로 구성된 월동연구대는 발대식 이후 남극에 파견돼 약 1년간 연구 활동과 기지 운영 임무를 수행한다. 우리나라의 월동연구대원은 1988년 12명의 제1차 세종과학기지 활동을 시작으로 이번 파견까지 총 606명이다. 지 월동연구대장(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번 월동연구대에서 최고참이다. 2012년 연구원 신분으로 세종과학기지 월동연구대원을 경험했다.
지 대장은 “장보고과학기지에는 최근 연구 분야에서 필요한 최신 관측 장비가 많다”며 “극지 우주 환경 관련한 연구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 대장은 특히 오로라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극지과학자가 들려주는 오로라 이야기’라는 책을 썼다. 지 대장은 “오로라는 태양 폭발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 가운데 유일하게 육안으로 관측이 가능하다. 그래서 오로라는 지구 주변 우주 환경의 변화를 연구하는 출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장보고과학기지에는 오로라만 찍는 카메라가 올해 초부터 가동하고 있다. 오로라를 가시광선대에서 지속적으로 사진을 찍어서 오로라 발생, 색깔, 고도 등의 분포를 연구해 오로라가 어느 방향에서 어느 조건에 많이 발생하는지 통계적인 분석을 할 계획이다.
지 대장은 월동연구대원들의 민원도 전했다. 월동연구대원들은 파견 기간 ‘극지수당’을 받는데 해외근로자와 달리 세금을 다 낸다는 것이다. 해외 근로자는 연 3600만 원의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매년 월동연구대가 의료 대원을 뽑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 대장은 “예전에는 공중보건의사를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전문의를 구하고 있다. 그런데 극지에서 1년을 근무해야 하고 연봉도 연구소급으로 지급하다 보니 지원자를 뽑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월동연구대는 발대식을 마친 뒤 안전 훈련, 위치확인시스템(GPS) 및 무선통신 사용법, 응급 처치 등 극한 환경에서 생존에 필요한 이론과 실습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또 1년간 한정된 공간에서 단체생활을 해야 하는 특수한 환경을 고려해 대장의 지도력 강화, 대원 간 의사소통, 협동심 강화 훈련 등 소양교육도 함께 이뤄진다.
우리나라는 1988년 2월 남극 킹조지섬에 세종과학기지를 준공해 본격적인 극지연구를 시작했다. 2014년 2월에는 테라노바만에 장보고과학기지를 건설해 남극의 대기, 고기후, 지질, 지구물리, 빙하, 운석, 해양환경, 생물자원 연구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