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인 일본의 출산율이 올라가고 있다. 6월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지난해 일본의 출산율은 1.43명이었다. 최저치를 기록했던 2005년(1.26명)에 비해 10여 년 만에 0.2명 증가했다. 저출산 대책의 방향을 양육비 경감 등 지원책에서 사회·경제 구조 개혁으로 바꾼 덕분이다.
특히 일본은 ‘일과 가정의 양립’에 저출산 대책의 초점을 두고 있다. 직장인이 취업과 직장 생활 때문에 출산·육아를 포기하지 않도록 제도를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
우선 직장인이 보육 시설 부족으로 업무와 양육을 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보육 시설을 대폭 확충했다. 2013년부터 5년간 50만 명 규모의 보육시설이 새로 생겼다. 2014년부터는 초등학생이 방과 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30만 명 규모의 방과 후 아동 클럽도 전국에 설치했다.
과다한 근로 시간도 줄였다. 아이가 있는 근로자가 사전에 요청하면 강제로 야근을 시킬 수 없도록 법을 개정했다. 시간 외 근로도 한 달에 24시간을 넘길 수 없도록 했다. 올해부터는 미리 신청하지 않더라도 한 달에 45시간 이상 초과근무할 수 없도록 법을 더 강화했다.
근로 문화는 더 유연해졌다. 일본은 2007년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 형태인 ‘단기간 정사원’ 제도를 시행하고 했다. 고용 불안으로 일과 가정의 균형이 깨진다는 지적 때문이다. 단기간 정사원은 정규직처럼 고용 안정을 법적으로 보장받지만 근로시간은 더 짧다. 임금은 근로시간에 비례해 받는다. 최근에는 한 시간 단위의 유급휴가 제도도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일·가정의 양립은 일찍부터 저출산 현상을 겪은 유럽이 선택한 해법이다. 유럽 국가 대부분이 탄력 근무제를 통해 직장인 부모가 보육 사정에 맞게 근로 시간을 조정할 수 있게 보장한다. 2016년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유럽 기업 중 69%가 단시간 근무 제도를, 66%가 시차 출퇴근(정해진 시간 안에 자율적으로 출퇴근하는 대신 일정 시간 이상 근무하게 하는 제도) 제도를 택하고 있다.
유럽에서 출산율(1.92명)이 가장 높은 프랑스의 저출산 대책도 일·가정의 양립이 핵심이다. 프랑스는 1998년 오브리법으로 근로시간을 주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였다. 2005년에는 유급 휴가를 기한에 상관없이 사용하거나 보상받을 수 있는 ‘근로시간계좌제’를 도입했다. 또 보육비 지원도 근로 유형(반일근무, 종일근무, 비근로)에 따라 맞춤형으로 정비했다. 직장인이 편하게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보육시설도 확충했다. 프랑스 보육시설의 70%가 국립으로 운영된다.
프랑스 다음으로 유럽에서 출산율(1.88명)이 높은 스웨덴도 일찌감치 근로 문화 개선을 저출산 문제 해결 대책으로 추진했다. 스웨덴은 탄력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근로자가 자녀 양육을 위해 근로 시간의 75%까지 줄일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2007년에는 주당 근로시간이 10시간 미만인 최단근로시간 계약 등 다양한 유연근로 형태를 법제화했다. 또 여성의 ‘독박육아’를 막기 위해 남편과 부인의 육아 휴가 기간이 비슷(각각 40~60% 사이)하면 육아수당에 더해 1000크로나(약 12만6000원)를 ‘양성평등보너스’로 추가 지급한다.
이영욱 KDI 연구위원은 “여성의 결혼, 출산이 미뤄지는 주요 원인으로 일·가정 양립이 안 된다는 의견이 상당하다”며 “적어도 일·가정 양립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늦추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도와주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