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수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신 바젤협약 적용이 맞물려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위축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최근 자체보고서를 통해 "한국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중소기업 중심의 급속한 자산증가세가 경기침체와 맞물리면 문제가 될 수 있어 완급조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中企대출 줄여 리스크 관리해야"
S&P는 "은행권의 재무·자본·수익 등 지표가 지난 수 년간 꾸준히 개선됐으나, 은행의 신용도는 앞으로 수 분기 동안 시험기간을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은행권이 '몸집불리기' 경쟁으로 인해 자산은 급증했지만, 국내경기 침체국면으로 들어설 경우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은행들의 명목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의 2배에 달하는 약 15%의 여신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정부가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모기지대출 축소를 유도한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 위주의 기업여신이 20% 이상 늘어난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여신이 경기둔화와 맞물릴 경우 은행권의 자산건전성 저하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이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시행되는 신(新)바젤협약으로 인해 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일 '비우량 회사채시장 위축의 원인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부터 신 바젤협약이 시행됨에 따라 은행이 보유하는 기업채권의 위험가중치가 차등 적용된다"며 "은행들은 신용이 낮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기업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일률적으로 100%로 적용했지만, 신 바젤 협약 이후에는 기업채권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신용등급에 따라 20∼150%까지 세분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용등급 'BB- 미만'인 대부분의 중소기업의 경우 위험가중치가 150%로 높아져 은행의 입장에서는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 대출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신바젤협약을 시행한 일본의 경우 중소기업 대출잔액이 2006년말 188조엔에서 지난해말 186조엔으로 감소했고, 대출증가율도 4.6%에서 -1.1%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대출 위축에 따른 자금사정 경색 등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비우량 회사채 시장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구원투수 역할해야"
그러나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들의 위축을 우려해 대출규모를 꾸준히 늘려나간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은행권에서 중소기업 대출의 문턱이 갑자기 높아질 경우 자칫 우량한 중소기업들까지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매월 8000억~1조원의 순증가를 유지하며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 중기대출 목표 8조원 중 이미 4조원을 초과한 상황이다.
기업은행 최돈희 팀장은 "올해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출규모 축소로 인해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그러나 기업은행은 시중은행들이 긴축할 때도 매월 꾸준히 대출규모를 늘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 팀장은 또 신 바젤협약 적용에 대해서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도 떨어지는 중소기업 대출이 늘어날 경우 이론적으로는 리스크가 커지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중소기업을 외면해서는 안되고 상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