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들이 최근 3년간 직접금융시장에서 조달한 자금 중 약 20조 원의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운영자금이나 시설투자 용도로 자금을 조달해놓고 차환에 사용하는 등 발행 시 신고한 자금사용 목적과 실제 사용내역이 다른 경우도 많았다.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주권상장법인이 직접금융으로 자금을 조달하고도 실제로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처 기재를 누락한 사례가 전체의 36%에 달했다. 금액 규모로는 20조2000억 원 수준이다.
최근 3년간 주식이나 주식연계채권(CB, BW, EW)을 발행한 주권상장법인은 918곳으로 55조9000억 원을 조달했다. 이 중 사용내역을 공시한 비율은 64%(35조7000억 원)다. 자금사용내역 확인이 가능하지 않은 회사채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한 결과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직접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자가 발행 전 증권신고서(공모)나 주요사항보고서(사모)를 통해 자금사용 목적을 밝혀야 한다. 발행 후에는 사업보고서에 주식과 주식연계채권 공‧사모 발행자금의 실제 사용내역을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원래 공시된 사용목적과 실제 사용내역을 비교해 차이가 발생할 경우 그 사유를 기재해야 하고 자금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도 향후 사용계획 등을 건별, 용도별로 적어야 한다.
이번 집계에서 발행 시 신고된 자금조달의 목적은 대부분 운영자금이다. 총 28조4000억 원으로 목적을 기재한 경우 중 51%에 해당했다. 이어 타법인 증권 취득 6조9000억 원(12%), 시설자금 6조8000억 원(12%), 기타 7조2000억 원(13%) 등으로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김 의원실이 발행 시 신고했던 자금사용 목적과 실제 사용내역을 비교한 결과 운영자금을 목적으로 조달한 28조4000억 원 중 실제 운영자금으로 쓰인 돈은 61%(17조3000억 원)에 불과했다. 차환의 경우 조달목적으로 제출한 돈은 6조6000억 원이지만 실제 사용한 돈은 그보다 많은 8조3000억 원이었다. 시설자금으로 조달한 돈 6조8000억 원 역시 절반에 가까운 3조 원(45%)은 시설자금으로 사용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공모발행의 경우 증권신고서에 자금 사용 목적별로 상세히 기재하게 돼 있지만 사모발행의 경우 불충분한 상황”이라며 “자금 사용내역 공시대상을 공모발행 회사채로 확대하고 현재 3~4가지에 불과한 자금의 사용 목적을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직접금융 조달과 사용내역 공시는 매우 형식적인 상황으로 금융당국이 현황 파악조차 하고 있지 않다”며 “금융당국이 자본 조달 목적과 실사용 내역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공시 심사를 강화하는 등 적극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