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DQ교육 현장을 가다] 디지털 가정교육 중시하는 싱가포르 무슬림 사회

입력 2018-10-11 18:44 수정 2018-10-1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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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보는 네 살배기 많은데 부모도 교육받아야죠”

▲라하유 부앙 야야산 멘다키 재단 대표는 싱가포르에서 이투데이와 만나 “싱가포르는 4~5세 유아들도 유튜브를 접하고 있어 미래엔 정형화된 교과 교육보다 사이버 관련 교육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영 기자 kodae0@
▲라하유 부앙 야야산 멘다키 재단 대표는 싱가포르에서 이투데이와 만나 “싱가포르는 4~5세 유아들도 유튜브를 접하고 있어 미래엔 정형화된 교과 교육보다 사이버 관련 교육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영 기자 kodae0@
“미래엔 정형화된 교과 교육 대신 디지털을 활용한 일상 교육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저희가 싱가포르 정부 기관과 DQ 프로그램을 함께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싱가포르는 다양한 언어를 공용어로 인정한다. 말레이어와 영어가 대표적인 공용어이며 중화권 시민들은 대부분 중국어를 쓴다. 언어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만큼 종교적 다원성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교육이다. 한국 못지 않은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싱가포르 내에서 이슬람권은 최근 들어 디지털 교육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무슬림 시민들이 수업을 듣는 교육기관인 야야산 멘다키(YAYASAN MENDAKI)재단을 지난달 23일 방문했다. 멘다키 재단의 수장인 라하유 부앙(RAHAYU BUANG) 대표는 자신들의 역할을 “말레이·무슬림 지역사회에 비전을 제공하고 지원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부모들에게는 워크숍을 열어 자녀 교육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학생들에겐 다양한 분야, 특히 디지털 교육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앙 대표는 “자녀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긍정적인 영향뿐 아니라 부정적 영향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부모들에게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들이 진행하는 디지털 인성(DQ) 교육에 대해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다. 그는 “우선 학생에게 가르치는 것과 부모에게 좋은 방향을 알려주는 법이 있다. 멘다키 재단은 그중에서도 두 번째에 집중하고 있다”며 “우린 사이버 따돌림, 성폭력 등의 문제에서 부모들이 자식들을 보호하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이슬람 특유의 ‘가족 단위’의 사고를 느낄 수 있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의 디지털 교육 역시 다른 곳에서의 교육과는 사뭇 다른 점이 있었다. 부앙 대표는 “무슬림 사회의 어린이들은 학교보다 부모들과 더 자주 보고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교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모와의 대화 시간이 절대적으로 적으며 학교와 학원에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소화하는 국내 교육 현장에선 듣기 어려운 얘기었다. 그는 “요즘 싱가포르는 4~5세 어린이들도 유튜브를 접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모들이 안전한 사이트를 인지하고 있는 것이 자녀들의 습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 어린 딸과 함께 본 유튜브 영상 덕분에 방탄소년단을 알게 됐다”면서 “그만큼 성인 콘텐츠를 쉽게 볼 수 있는 것 역시 유튜브”라고 덧붙였다.

현재 멘다키 재단에서는 비영리기관 DQ인스티튜트가 제공하는 DQ 프로그램을 통해 부모 워크숍을 이어가고 있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온라인 인격 형성 능력 △디지털 이용시간 조절 능력 △사이버 폭력 대처 능력 △사이버 보안 능력 △디지털 공감 능력 △온라인 정보 선별 능력 △디지털 발자국 관리 능력 △온라인 사생활 관리능력 등 총 8가지 세션으로 나뉘어 있으며, 세부적인 항목을 정기적으로 체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재단은 DQ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에 DQ가 무엇인지에 대한 교육만 여러 세션으로 나누어 해줄 정도로 DQ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다. 6월 싱가포르 정보통신미디어개발청(iMDA)과 파트너십을 맺은 이후 6~7월 두 달 사이에 200명을 대상으로 5차례의 워크숍을 진행했다. 멘다키 재단은 앞으로도 매월 한 차례 이상의 워크숍을 통해 온라인 환경의 위험성과 DQ 프로그램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할 계획이다.

부앙 대표는 끝으로 “읽고 쓰는 행위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리터러시는 매우 어린 세대부터 시작해야 하는 교육이다. 앞으로는 디지털 환경에서 비롯된 ‘코딩’과 같은 주제도 커리큘럼에 포함시켜 워크숍을 열고 캠프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단순히 위험성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기술을 통해 스스로 좋은 디지털 환경을 만들어가는 법까지 터득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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