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연준(Fed) 금리인상과 미·중 간 무역분쟁 장기화, 터키를 거쳐 인도네시아와 인도까지 확산한 신흥국 불안 속에서도 원화는 비교적 견조한 흐름이다. 예상 밖으로 연준 금리인상 속도가 가속화하거나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만 않는다면 원화값의 급격한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본유출 위험 역시 낮다는 관측이다.
다만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점, 대외의존도가 높은 수출국이라는 점 등에서 외풍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정부와 기업의 동반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전문가들에 따르면 9월 5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1121.5원으로 7월 말(1118.7원) 대비 0.2% 상승(원화값 하락)에 그쳤다. 같은 기간 터키(25.4%)와 남아프리카공화국(15.0%), 브라질(9.4%), 러시아(8.7%), 인도(4.3%), 인도네시아(3.7%) 오름세에 비하면 안정적 흐름이다.
외국인의 바이(Buy) 코리아도 계속되는 중이다. 8월 중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 순유입 규모는 3조4930억 원에 달했다. 이는 1월 5조5590억 원 이후 가장 많은 규모며 넉 달 연속 순유입을 기록한 것이다. 부문별로는 상장주식을 1조1020억 원어치 순매수해 2개월 연속 투자에 나섰고, 상장채권에 2조3910억 원 순투자해 올 들어 8개월 연속 유입세를 지속했다.
김민규 한은 국제총괄팀 과장은 “취약 신흥국 중심으로 금융 불안이 확산했음에도 원화 환율은 안정적 흐름을 보였다.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 지표 등 경제기초 여건이 신흥국 중 최상위권이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연준 금리인상 속도와 미·중 간 무역분쟁, 미 재무부의 10월 환율보고서 발표도 예측 수준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원화 환율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정희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금리인상 경로에 큰 변화가 없고 미·중간 관세부과 조치도 할 만큼 했다는 점에서 당분간 소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에 포함시킬지가 관건이나 일단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미 경제호조와 금리인상을 반영해 원·달러는 연말까지 1160원에서 1100원 사이 등락을 예상한다. 현재 원화값이 1130원선이라는 점에서 완만한 상승세를 예측하는 것으로 이 경우 자본유출 가능성도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연준 금리인상으로 신흥국 불안이 가속화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급격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발생한다면 원화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연준 금리인상에 따른 내외금리 역전폭 확대만으로는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이다”라면서도 “신흥국 불안이 커지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크게 확산할 경우 원화도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 경우도 1150원을 넘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대외요인이나 환율 등 영향을 견디기 위해서는 환율안정 노력과 함께 정책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사이클상으로도 침체 국면에 돌입하고 있다. 수출이 줄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며 “연준이 내년에도 3~4번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 이 경우 한은도 불가피하게 금리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 전 골든타임에 기업투자를 늘리고 수출기업을 중시하는 방향으로의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이창선 수석연구위원도 “내수 비중을 늘려나가고 수출도 품목 및 시장 다변화와 함께 경쟁력 증대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초체력 향상을 위해 기업들의 노력도 주문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가격 경쟁력에서 벗어나야 한다. 품질이나 비가격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결국 기업들이 연구개발(R&D)에 매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