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렇듯 오만한 태도를 보인 것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해 높아진 민족주의적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미국이 큰 타격을 받은 반면, 중국은 대대적인 경기부양 정책 덕분에 위기를 상대적으로 순탄하게 넘긴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하면, 중국의 이런 자신감은 너무 지나친 것이었다. 2018년 초부터 시작된 미국의 공세가 중국 경제에 큰 충격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6월 5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추가로 2000억 달러 상당의 제품에 대해 관세 부과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국 주식시장은 폭락하고 또 고정자산 투자를 비롯한 주요 경제지표는 나날이 추락하고 있다.
중국은 어떻게 이 위기에 대처할까?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의 시나리오가 있다. 첫째, ‘도광양회’의 정신을 되살려, 지금 굴복하는 척하면서 훗날을 노리는 것이다. 내수시장을 개방하고, 인터넷 등 핵심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미국의 기업(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자유롭게 중국에서 활동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물론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 조치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 선택은 당장엔 큰 고통이 따른다. 해외 선진 기업들의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했던, 그리고 해외 경쟁기업의 진입을 정부가 막아줌으로써 국내시장에서 독점적 이익을 누린 기업들은 어쩌면 생사의 기로에 놓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선택은 장기적으로 중국에 ‘득’으로 다가올 것이다. 왜냐하면 ‘경쟁’만큼 기업의 혁신을 자극하는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공룡처럼 덩치만 큰 국영 기업들도 더는 혁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많은 기업이 파산하겠지만, 중국 은행이 그간 워낙 거대한 이익을 유보해놓았기에 걷잡을 수 없는 신용경색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 더 나아가 ‘자유무역’의 가치를 옹호하고 또 관세 부과 압력을 저지했기에, 중국 기업들의 수출은 오히려 더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둘째, ‘버티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이 11월 초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 패배하기를 내심 기대하면서 관세 부과에 위안화 환율 조정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물론 이 전략도 꽤 일리가 있다. 왜냐하면 미국은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이기에 선거가 빈번하게 치러지며,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무역정책’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위안화 환율을 조정함으로써 ‘위안화 고평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선택은 장기적으로 중국에 ‘독’이 될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이제 ‘보호 육성’의 단계를 벗어난 몸집을 갖고 있기에, ‘해외에서 국내로의 매출 전환’ 정책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중국은 사실상 고정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기에, 미국과의 금리 역전 및 위안화 평가절하 유도 정책은 핫머니의 유출 위험을 높인다. 마지막으로 지난 5년간 추진했던 ‘공급과잉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의 노력도 수포로 돌릴 위험이 있다.
물론 이상의 대안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는 중국에 달려 있다. 필자는 중국이 첫째 대안을 선택하기를 희망하지만, 최근의 뉴스 흐름만 보면 두 번째 대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부각되는 듯하다. 지급준비율 인하와 위안화 평가절하 등의 수요 촉진 정책에 힘입어 성장률의 하락 위험은 방어되겠지만, 부채 문제 등 중국 경제의 위험요인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제적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