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에 따르면 헤일리 대사는 약 2년간 유엔 대사직을 수행하고 자진 사퇴하겠다는 뜻을 내놨다. WP는 그의 선택이기도 하면서, 대북 강경 정책 선봉에 있던 그가 현재 비핵화 협상과는 분위기를 달리하면서 자연스러운 퇴장이라고 봤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현재 채택하고 있는 대북 제재는 헤일리 대사가 주축이 돼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헤일리 대사는 지난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과 제6차 핵실험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의 압박’ 정책을 최전선에서 이끌었다.
헤일리 대사는 지난해 1월 취임한 이후 4차례의 안보리 대북결의안을 처리했다.
지난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한 제재결의 2375호를 통해 ‘원유 제재’ 바탕을 만들고 연말에는 북한의 ICBM급 ‘화성-15형’ 발사에 맞서 원유 공급량을 동결하고 정유 공급량을 대폭 제한하는 제재결의 2397호를 통과시켰다.
대북 압박에 난색을 보이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조율 과정에서 제재 수위가 낮아지기는 했지만, 정권 생명줄로 꼽히는 유류 공급까지 틀어쥠으로써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고 나왔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 입장이다.
헤일리 대사가 물러나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주요 인선에서도 보수 강경파 성향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헤일리 대사는 지난해 대북제재를 강화하던 때 당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꿰뚫는 복심으로 불렸다. 초강경 매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등장하면서부터 ‘볼턴-폼페이오-헤일리’ 신 3인방으로 꼽히기도 했다.
WP는 올해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WP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각종 외교이슈를 주도하면서 헤일리 대사의 역할은 확연히 줄었다”면서 “여기에 강경보수의 볼턴 보좌관이 부상하자 헤일리 대사는 핵심 정책 논의에서 사라졌다”고 전했다.
헤일리 대사가 기자들에게 “당국자가 물러나야 할 때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헤일리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시점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6개월여 전에 헤일리 대사가 ‘휴식 시간을 갖고 싶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고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