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는 유럽연합(EU)과 영국, 일본이 중국과 별도로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차단해 중국의 경제적 고립을 심화하려 한다고 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미국이 최근 캐나다, 멕시코와 합의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대체할 새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는 한 국가가 ‘비시장 경제(Non-market economy)’ 지위 국가와 무역협상을 하면 다른 두 국가에 통보하고 더 나아가 별도 자유무역협정(FTA)까지 이뤄지면 아예 다른 국가들이 탈퇴할 수 있는 ‘독소 조항(Poison Pill)’이 포함됐다.
캐나다 내에서는 이 조항이 자국의 주권을 침해하며 무역정책을 제한한다고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그러나 한 백악관 고위 관리는 “미국은 EU, 일본 등과 시작한 무역협상, 또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이뤄질 양자 협상에도 이 조항을 넣기를 원한다”며 “이것이 미래 전례가 될 것인가. 확실히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체결한 합의가 궁극적으로 훼손되지 않고 중국이 미국 시장에 접근하는 백도어를 찾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5일 인터뷰에서 중국에 시장 개방 압력을 가하고자 독소 조항을 넣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새 USMCA 32.10 조항은 사실상 미국의 동맹국들에 미국과 중국 중 양자택일할 것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중국은 대부분 국가에서 시장경제지위를 인정받고 있지만 미국과 EU, 일본 등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타와대학의 롤런드 파리 국제관계학 교수는 “법적인 효력보다 정치적 메시지가 더욱 중요하다”며 “미국은 캐나다에 ‘중국과의 관계에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중국에는 ‘북미에서 손을 떼라’는 메시지를 각각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정부는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시작했으며 트럼프 정부는 나프타 개정 협상에서 이를 우려해 비시장 경제에 관한 조항을 고집했다고 FT는 전했다.
호르헤 과하르도 전 중국 주재 멕시코 대사는 “멕시코는 중국과 당분간 무역협정을 맺을 의사가 없어서 해당 조항을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시장경제지위를 얻지 못하는 한 세계 다른 국가와 동등한 상태에서 무역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공정할 것”이라며 “이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전 당시 양자택일을 요구한 것의 트럼프 버전”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이 소식에 격분한 반응을 보였다. 캐나다 주재 중국 대사관은 성명에서 “해당 조항은 국가 주권을 침해하며 시장경제와 비시장 경제에 대한 거짓 정의를 반영한 부정직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