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가 내년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PC오프제 도입 준비로 분주하다. 특히 인력 규모가 큰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빠르게 전개되는 모습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내년 1월 도입을 목표로 지난달 3일부터 PC오프제를 시범 운영 중이다. 4개월간 운영상 문제점들을 보완해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식으로 시행되는 내년 7월에는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대형 증권사 중에서는 NH투자증권, KB증권에 이어 3번째 시도인 셈이다.
PC오프제는 일정 시간에 맞춰 컴퓨터가 자동으로 종료되고 출근 시간에도 일정 시점 이전에는 컴퓨터를 켤 수 없게끔 하는 시스템이다. ‘저녁이 있는 삶’을 목표로 한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기조에 발맞춰 불필요한 야근과 잔업을 방지한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8월부터 선택근무제를 시범 운영해온 만큼 PC오프제와 병행 운영하고 있다. 선택근무제는 유연근무제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근무제로 시간 이용이 자유롭다. 또 ‘워크스마트(Work Smart) 캠페인’으로 매주 수요일을 ‘3무(無)데이’로 정하고 야근과 회식, 약속이 없는 날로 만들어 직원들이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들 역시 내년 조기 도입을 목표로 PC오프제 도입 준비에 분주하다.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SK증권, 교보증권 등이 시스템 도입을 위해 노사간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기술적 문제보다는 노사간 협의 때문이다. 리서치센터나 기업금융(IB)부서 등 업계 특성상 부서별 일괄 적용이 어려워 사안별로 따져봐야 할 사안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령 KB증권은 노사간 협의를 바탕으로 올해 PC오프제를 도입해 주목을 받았다.
다만 골든브릿지증권이나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소형사인 데다, 매각 이슈와 대주주 변경 등이 걸려있다는 점에서 PC오프제 도입이 가시화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유연근무제나 퇴근 알림벨 등을 통해 이미 빠르게 내부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다”며 “PC오프제는 이같은 노력을 수치화된 자료로 입증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객관화라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