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국군의 날이다. 1950년 10월 1일, 한국군이 남침한 북한공산군을 반격한 끝에 38선을 돌파했다.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 10월 1일을 국군의 날로 지정하였다. 형제끼리 죽이며 남한의 형제가 북한의 형제를 무찔러 올라간 날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라니 한편으로 생각하면 씁쓸하기 짝이 없다.
더욱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간의 군사적 대치를 해소할 구체적 방안을 찾기로 합의한 시점에서 보자면 국군의 날을 제정한 의미가 더욱 퇴색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군 복무기간을 단축하고 복지를 강화하는 등 군에 관한 제도를 손봤다. 이러한 변화가 자칫 군의 기강 해이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런가 하면 제18회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운동선수와 세계무대에서 크게 국위를 선양한 예술가 등에 대한 병역면제 특례와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대체복무를 두고 논란이 일면서 국방의무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느슨해질까 봐 염려하는 견해도 있다.
송나라 사람 소동파는 황제에게 올리는 글에서 “한번 기강이 폐하고 나면 무슨 일인들 생기지 않겠습니까[紀綱一廢 何事不生]”라는 말을 하였다. 국군의 날을 제정한 의미가 퇴색하고, 군 복무기간이 줄며, 국방의 의무에 대한 인식이 다소 느슨해질 수도 있는 이때에 우리 국민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기강은 ‘紀綱’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벼릿줄 기’, ‘벼릿줄 강’이라고 훈독한다. 벼릿줄은 그물코를 뀀으로써 모든 그물눈을 매달고 있는 굵은 줄을 이르는 말로 나중에는 ‘일이나 글의 뼈대가 되는 줄거리’라는 의미로 그 뜻이 확대되었다. 벼릿줄이 제 구실을 못하는 그물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저수지의 둑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듯이 국가의 기강도 무너지면 바로잡기가 쉽지 않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 군대나 국민의 기강이 해이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