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0일 본회의를 열고 기존 은행법에서 최대 4%로 제한하고 있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상한선을 인터넷은행의 경우 34%로 늘리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인터넷은행법) 안건을 재석의원 191명 중 찬성 145표, 반대 26표, 기권 20표로 가결했다.
인터넷은행법은 이번 본회의의 최대 쟁점이었다. 은산분리 규제는 과거 대기업이 은행 등 금융기관을 사금고처럼 이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최근 인터넷은행의 등장 이후 금융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족쇄’로 지목되자 이를 제한적으로 완화해 주자는 취지였다. 지난달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법안 처리를 촉구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초 여야는 지난달 임시국회에서 인터넷은행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보유를 얼마나 허용할 것인지, 허용 기준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여야 간 합의가 쉽지 않았다. 특히 여당인 내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아 조율 과정에서 진통이 이어졌다.
여야는 수차례 협상 끝에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모든 산업자본에 허용하되 하위 시행령을 통해 대주주 심사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쪽으로 절충안을 마련했다. 결국 본법에 담기로 했던 내용을 시행령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정리된 것이다. 시행령은 공정거래법이나 금융·조세 관련법, 특경가법 등을 위반해 처벌을 받은 경우 대주주 자격을 제한하게 된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인터넷은행법이 표결에 부쳐지기 직전까지도 법안 제정에 찬성하는 의원과 반대하는 의원의 토론이 이어졌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본회의 토론에서 "정부와 여당은 시행령으로 ICT(정보통신기술)기업 외 재벌이 은행의 대주주가 되지 못하게 하겠다고 하지만 대통령 시행령은 정부가 바뀌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속 상임위에서 줄곧 법안을 반대했던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의견을 냈다. 추 의원은 "오늘 반대토론을 문재인 정부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하고 있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 시절 그렇게 지키려 했던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려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의 반대의견도 나왔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행령에 반영된 부대의견을 보면 상위 법률의 위임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시행령에 백지위임을 한 것이다. 국회의 권한과 책임을 포기한 대표적 후진국형 입법 사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인터넷은행법 제정에 찬성하는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산분리 규제는 기업의 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고도성장기 시절에 기업의 부실이 은행부실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온 것"면서 "지금은 환경이 바뀌었다. 기업이 594조 원에 달하는 현금자산을 쌓아 두고 있어 굳이 높은 금리를 지급하고 자금을 차입할 유인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상가임대차보호법,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 등 여야간 협상 과정에서 줄다리기가 지속된 민생입법·규제개혁 법안도 일제히 통과됐다. 규제특례법은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비수도권 시·도 단위의 '규제프리존'을 지정하는 내용이다. 상가임대차 보호법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기한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린 게 골자다.
또한 부실징후가 있는 기업의 회생을 지원하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도 이날 국회를 통과했다. 기촉법은 기업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제도의 근간이 되는 법으로 지난 6월말 일몰 폐지됐다. 이에 재계는 부실징후 중소기업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구조조정할 수 있도록 재입법을 건의해 왔다. 여야는 지난달 일몰시한 5년의 한시법으로 기촉법을 되살리는 데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