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17일 임원회의에서 주요 고객인 우량 중소기업을 다른 은행에 빼앗기지 않기 위한 ‘방어 전략’을 강조했다. 오랫동안 지켜온 중소기업 대출 시장의 리딩뱅크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행장은 이미 이달 10일부터 전 영업점에서 ‘금리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각 지점장에게 정상 금리보다 금리 인하 폭을 넓힐 재량권을 줘 다른 은행 공격에 방어하고자 함이 골자다. 여기서 오는 손실을 메우려 이른바 ‘특별펀드’를 올해 515억 원 규모로 조성했다. 이날 임원회의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타행들이 주 타깃으로 정한 우량 중소기업 대부분이 우리와 거래하고 있는 곳”이라며 “3월 조성한 손실펀드 400억 원이 소진된 상황에서 10일 115억 원을 추가로 조성해 공격적으로 영업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은 경기과열 등 비상시에 실행하는데, 중기 대출 출혈경쟁이 심화한 올해에는 지난해와 달리 상·하반기 두 차례 실시하고 나섰다.
10일 기준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50조2539억 원으로, 전체 은행권 중 점유율이 22%에 달한다. 전체 대출의 77%가량이 중소기업 대상일 만큼 이 분야에 특화돼 있다.그러나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그 뒤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9·13 대책 이후 여신부문이나 자금시장부문 부행장 주재로 경영전략 회의를 열어 대출시장 판도 변화에 따른 분석에 들어갔다.
은행권은 당장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앞으로 신규 대출이 줄어드는 상황에 따라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9·13 대책은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가 규제 지역에서 신규 주택을 구입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다. 또 임대사업자 대출에는 규제 지역의 주택을 담보로 한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를 적용한다. 은행 등 금융회사의 돈을 빌려 실수요가 아닌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셈이다.
8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개인사업자 대출 포함)은 329조796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1조4459억 원보다 9.4% 증가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은행마다 자금 지원이나 이자 보증 등 금리를 보전하는 방법이 있다”며 “우량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전체 파이를 늘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업은행은 상반기에도 1조원 규모로 지원을 마친 바 있다. 기업이 신규 설비에 투자하거나 공장 설립·증설 시 낮은 이자로 대출받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해 상반기 한 차례 실시했지만 올해는 상·하반기 두 차례 집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