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번 정상회담은 지지율에 도움이 될 계기가 되기는 힘들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러 이유를 들 수 있다. 우선 이번 정상회담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면 북한으로부터 비핵화 관련 선물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부분부터 따져 봐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북한이 자신들의 핵 관련 리스트를 우리에게 주는 상황이 벌어지면,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당히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확률이 그리 높지 않다. 왜냐하면 북한이 우리에게 그런 선물을 하려고 마음먹었다면 남북정상회담 날짜가 임박한 마당에, 김정은이 미국 측에 친서를 직접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친서에서 2차 미북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만일 북한이 우리의 중재자 역할을 인정하거나 조금이라도 우리의 입장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이런 제안을 얼마든지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이 그렇게 행동하지 않은 것을 보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획기적 성과물’이 나오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북한은 이제 미국과 직접 상대하는 방식으로 서서히 협상의 방향을 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렇다면 이번 정상회담이 대통령 지지율 견인에 그다지 큰 역할을 미칠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못하면, 경제는 이 모양인데 지금 남북관계에만 올인하느냐는 국내 차원의 질책의 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지지율 회복의 계기가 되기 어렵다고 보는 또 다른 이유로 남북정상회담이 갖는 신선함과 충격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 수밖에 없다는 상황적 요인을 들 수 있다. 현 정권 들어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은 11년 만의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충격과 신선함을 줬다.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위기라는 극적 상황과 맞물려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특성을 찾기 힘들다.
또 다른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은 그야말로 전쟁의 위기로 치닫는 상황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주목과 박수갈채를 받았다. 반면 지금은 한반도의 위기가 여전함에도 현재 일반 국민들의 위기 체감도는 현격히 떨어졌다.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절박감 역시 현격히 떨어진 상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부분이다.
대통령 지지율과의 연관성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나름의 의미가 있는 회담이어야 함은 당연하다. 대북 문제나 외교는 정권을 초월해 접근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회담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불가역적 비핵화를 위한 가시적 성과물을 가지고 와야 한다. 그렇게 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