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할수록 손해 보는 건 중국이다?
미국 측은 양국간 무역전쟁에서 보복관세를 더 주고받았다가는 중국의 실탄이 다 바닥날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13억 인구를 거느린 중국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최대 시장. 중국 사업에 사활을 걸어온 미국 기업들이 미중 간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최후의 카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7일(현지시간) 2000억 달러(약 224조 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 5745개 품목에 24일부터 10%, 내년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하자 중국은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5207개 품목에 5∼10%의 관세를 24일부터 부과할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미국 정부가 예정대로 내년 초부터 세율을 25%로 올리면 중국도 마찬가지로 인상할 방침이다.
미국 백악관의 추가 관세 발표 이후 류허 중국 부총리는 측근들과 서둘러 대응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제안한 새로운 무역 협상을 위해 실무자들을 미국 워싱턴에 파견할 것인지 여부를 논의했다고 한다. 앞서 미국 측은 중국에 새로운 무역 협상을 제안,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류 부총리가 이를 놓고 조율 중이었다. 하지만 이와 관계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3차 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양측 간에 기대되던 화기애애한 무드는 산산조각이 났다.
미국 측은 자신만만하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18일 경제전문 방송 CNBC에 출연해 “대중 수입은 수출보다 거의 4배나 많다”면서 “중국은 미국에 보복할 실탄(bullets)이 없다”고 강조했다. 추가 관세 폭탄을 또 주고받으면 중국은 더 이상 관세를 부과할 미국산 제품이 없기 때문에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해 전략적 우위에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실 중국 지도부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한층 더 격화하면서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대미 협상에서 더 이상 양보는 없다며 강경하게 대응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미 둔화하고 있는 중국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미국 정부나 미국 재계에 대한 움직임도 계속해서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끝날 때까지 무역 협상을 미뤄야 한다는 견해도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과시하고 있는 만큼 협상 타결에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중국 당국자들은 중간선거가 끝나야 양보를 이끌어내기 쉽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중국이 매우 결정적인 카드를 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미국 기업들을 볼모로 삼을 수도 있어서다. CNBC의 경제 방송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18일 당장 미국 기업들이 관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건 ‘이봐들, 당신들은 전처럼 중국에서 많은 돈을 벌지 못할 거야. 게임은 끝났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여겨진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도발하면서 현지에서 사업하는 미국 기업들의 호시절도 다 끝났다는 의미다.
크레이머는 “대통령은 중국에서 많은 돈을 버는 미국 기업들에 대해 둔감하다”며 “그들은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플의 일부 기기가 이번 관세의 영향에서 제외됐지만 일부 애플 제품은 계속해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
미국 대형백화점 메이시의 제프리 건넷 최고경영자(CEO)는 다른 사업에서의 부진보다 관세가 훨씬 더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건넷 CEO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