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바로는 모든 혼돈의 원천”...트럼프 무역전쟁 부채질하는 학자 출신 경제 책사

입력 2018-09-18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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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경제 책사 역할 주목...“백악관의 민주당원” -학자 출신으로 정치 업적 쌓으려 안간힘...무역전쟁 부채질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지난해 3월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 참석했다. 25일 나바로 국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 투자 제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지난해 3월 3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 참석했다. 25일 나바로 국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 투자 제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피터 나바로는 모든 혼돈의 원천이다(Peter Navarro is the source of all the chaos)”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미국의 원로 언론인 밥 우드워드는 얼마 전 펴낸 저서 ‘공포:백악관 안의 트럼프(Fear: Trump in the White House)’에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인 나바로에 대해 이같이 묘사했다.

나바로는 우드워드의 저서에서 19쪽에 걸쳐 언급됐을 정도로 백악관 내 ‘공공의 적’으로 통했다.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조차 나바로를 축출하고자 애썼지만 철강 관세를 반대하는 과정에서 사임하며 되레 자신이 백기를 든 꼴이 됐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콘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나바로가 왜 재앙인지를 말하고, 그를 해고할 것을 종용했다. 하지만 롭 포터 전 백악관 선임비서관은 “대통령이 그를 아끼기 때문에 자를 수 없다”고 충고했다고 한다.

나바로는 원래 민주당원으로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시장 선거와 하원의원에 여러 차례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그러던 중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나바로의 저서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Death by China)’을 발견, 장인인 트럼프에게 그를 추천하면서 나바로에게 정치 입문의 길이 열렸다. 학자로서 정계 입문에 군침만 삼키던 그에게 새로운 인생이 펼쳐진 것이다. 무역적자가 미국 경제에 해를 끼쳤다고 보는 트럼프는 자신과 같은 철학을 가진 경제학자의 등장에 매우 기뻐했다고 한다.

나바로는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백악관 지속 자문기구인 국가무역위원회(National Trade Council, NTC) 위원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하지만 워낙 대중 강경파였던 탓에 백악관 입성 후 온건파들에게 심한 견제를 당해야 했다. NTC는 NEC 산하로 편입, 콘 위원장의 지휘를 받으며 불편한 사이로 지냈다. 그러다가 트럼프 대통령과 독대 기회를 얻어 더 공격적인 무역정책을 제안해 트럼프의 환심을 사 재기에 성공했다. 이후 NTC는 다시 NEC에서 분리됐고, 콘이 철강 관세 반대 과정에서 사임하면서 나바로의 백악관 내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우드워드는 저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8월 세계무역기구(WTO),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자유무역협정(한미 FTA)에서 동반 탈퇴를 추진했다고 했는데, 이 역시 나바로 위원장의 작품이라고 했다.

나바로는 정부 주도의 중국 경제와 시장 주도의 미국 경제 모델은 “지구와 화성처럼 동떨어진 것”이라며 WTO에 가입하고 나서 중국은 2015년 시점에 전 세계 자동차의 약 30%, 선박의 40%, 컴퓨터의 80% 이상을 생산해 세계 제조업을 지배하기에 이르렀고,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등에서도 위협이 되고 있다며 중국의 지적재산권 문제 등 불공정 무역 관행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8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중국은 세계의 기생충”이라며 “경제 성장을 위한 모든 일이 다른 모든 이들을 희생시킨 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나바로는 주요 7개국(G7) 국가들도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 6월 보호주의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한 G7 의장국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과 부정직한 외교를 벌이고, 문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의 등에 칼을 꽂는 지도자에겐 지옥에 특별한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자신의 지론과 맥을 같이 하는 나바로의 의견을 적극 수렴, 전방위적인 무역전쟁을 서슴지 않고 있다. 17일에는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3차 추가 관세 부과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피터슨국제경제연수고의 저스틴 울퍼스 선임연구원은 “나바로의 주장은 주류파에서 동떨어진 것이며, 경제학계에서 상식으로 통하는 논리를 거의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그제미너는 최근 사설에서 “트럼프의 업적은 백악관의 민주당원인 나바로 때문에 훼손되고 있다”고 비꼬았다. 미국 경제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증시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나바로가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면서 무역전쟁이 점차 확대, 오히려 미국 경제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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