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시장만큼 ‘절대강자’를 찾기 힘든 곳은 없다. 글로벌 가전업체라도 모든 분야에서 1등을 하지 못한다. TV, 세탁기 등을 모두 생산해도 사업 기조에 따라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경우가 있다. 시장에 먼저 제품을 선보여도, 후발 업체들이 관련 기술에 적극 투자해 1등을 차지하는 사례도 있다.
국내 백색가전에선 LG전자가 선두다. 다나와리서치에 따르면 7월 세탁기 시장(판매량 기준)에서 LG전자가 65%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냉장고 판매량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존재하지 않지만, 업계에선 이 분야에서도 LG가 선두를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탁기, 냉장고 시장에서 LG전자가 압도적인 지위를 확보한 배경은 핵심부품 개발이 있다. 모터는 세탁기를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LG전자가 개발한 DD(다이렉티브드라이브)모터는 전기소모량과 소음을 줄인다.
냉장고에서도 마찬가지다. 냉장고에서 컴프레서는 냉장고 속 냉기를 순환시키면서 재료 신선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LG전자가 고안한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는 내구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정밀하게 제어한다.
TV 부문에선 삼성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TV 국내시장에서 상반기 점유율 58%을 차지했다고 밝혔다.흑백TV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 기업은 LG다. 하지만 삼성은 이후 전원을 켜면 바로 화면이 나오는 이코노 TV부터 LED TV 등 신기술을 적용한 TV를 경쟁사보다 먼저 선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이 현재까지 TV 분야에서 1등을 할 수 있는 이유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며 “최근에는 QLED TV에 대한 소비자들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상반기 국내에 판매된 삼성전자 TV 중 절반 이상이 QLED TV다. 삼성전자가 2017년 시장에 선보인 QLED TV는 어떤 밝기 영역에서나 정확한 컬러를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습기, 공기청정기와 같은 계절가전에선 강소기업인 위닉스가 선전을 거두고 있다. 다나와 리서치가 발표한 5월 제습기 시장 점유율(판매량 기준) 조사에서 위닉스가 1위(69.4%)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이뤄진 공기청정기 조사에서도 위닉스가 삼성을 제치고 선두(27.9%)에 올랐다.
위닉스가 쟁쟁한 기업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배경에는 가격경쟁력과 기술이 있다. 제습기를 살펴보면, 위닉스는 제습기에서 심장이라 불리는 열교환기를 직접 개발했다. 열교환기는 냉각판과 발열판을 붙여 온도 차를 크게 만들어 공기 중 습기를 물방울로 맺히게 하는 장치다.
공기청정기는 경쟁사 제품보다 가격경쟁력이 높다. 위닉스 관계자는 “공기청정기 핵심 기능인 먼지 제거 측면에서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봤을 때 큰 차이가 없다”며 “다만 가격이 타사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