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 팟캐스트 낭만서점의 조사에 따르면 이 밖에도 '오만과 편견'이 769주로 3위를, '데미안'이 755주로 4위를,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 752주로 5위에 올랐다. 이른바 '고전'으로 불리는 세계문학 시리즈의 작품들이 꾸준히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스트에서 고전에 포함되지 않은 작품으로는 '모모'와 748주 연속 판매 기록을 세운 '눈먼 자들의 도시' 단 두 권뿐이었다. '고전'이라는 후광을 받지 않았음에도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에 띈다.
리스트에서 유일하게 두 권의 작품을 이름에 올린 조지 오웰은 '1984'가 722주로 9위를, '동물농장'이 720주로 10위를 차지했다.
한때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던 베스트셀러들이 순위에서는 찾기 힘들었다. 사회 분위기와 유행에 힘입어 사랑받았던 책은 꾸준히 판매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시의성을 타지 않는 소설 분야가 꾸준히 판매되기에 유리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 10년간 분야별로 매주 한 권 이상 팔린 도서 리스트에서 소설은 25종, 시/에세이 7종, 인문 7종, 자기계발 6종, 예술/대중문화 1종으로 집계됐다.
박혜진 문학평론가는 "논픽션 같은 경우는 언어 자체가 논리적이고 지금 현상에 아주 가까운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그 현상을 보는 다른 시각이 생기면 낡은 책이 된다"며 "반면 문학은 그때 그때의 영향으로부터는 자유롭다"고 분석했다.
허희 문학평론가는 장르 소설로 분류되는 스릴러·추리 소설의 약세에 대해 "스릴러·추리 소설은 이번 목록에 없다"며 "아무래도 독자층이 한정적이고 결말을 알면 다시 잘 읽지 않게 되는 약점이 있는 탓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되기 위해서는 작품성 외에도 여러 요인이 필요하다. 흔히 알고 있는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작품'이나 '고전 리스트에 포함된 작품'들이 그 요인 중 하나다.
인터넷교보문고의 구환회 소설 담당 MD는 "시리즈를 꾸준히 이어가는 문학전집의 경우 독자의 관심을 오래 끌 수 있다"며 "한 예로 같은 작가의 여러 작품이 전집 리스트에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판매 부수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는 특정 작가뿐 아니라 세계문학전집에 속한 거의 모든 작가의 책에서 비슷한 판매량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허 평론가는 이번 리스트에 대해 "한국소설이 10위권 내에 없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며 "잠깐의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을 넘어 '모모'에 비견될 만한 스테디셀러를 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지금의 한국 소설계에 주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